인플루엔자(독감)가 학령기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환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배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독감 환자가 이른 시기부터 늘어난 배경으로, 백신 표적과 실제 유행 바이러스 간 불일치를 지목하고 있다.
2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독감 유행을 이끄는 건 A형 독감 H3N2의 새로운 하위 변이 ‘K(subclade K)’이다. 질병청이 지난 11월 1~8일 기준 국내 유행 바이러스를 분석했더니 K 변이 점유율은 97.2%로 나타났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 변이에 대해 “바이러스의 세부 계통에서 약간 변이가 생긴 것”이라며 “올해 유행이 빠르고, 커진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K 변이의 점유율은 72%를 넘어섰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지난 20일 “K 변이는 백신 표적 바이러스와 상당한 유전적 거리가 있으며, 항원불일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중증질환ㆍ입원ㆍ사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백신 미스배치가 발생한건 지난 5월말 갑자기 등장한 K 변이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ㆍ일본ㆍ영국ㆍ캐나다 등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로 확산하면서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 B형으로 나뉘고 그 아래 수많은 하위 변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이면 다음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하고, 각국은 거기에 맞춰 백신을 만들고 접종한다. 올 겨울 백신은 A형 독감 일종인 H1N1ㆍH3N2 J 변이와 B형 독감(빅토리아) 등 3가지 바이러스가 표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A형, H3N2까지 맞췄지만, 이후 K가 등장하며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중증 예방 효과는 여전한 만큼 미접종자는 지금이라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탁 교수는 “중증 예방 효과를 누리기 위해 백신을 반드시 맞으라는 것”이라며 “백신을 맞더라도 독감에 걸릴 수는 있지만, 중증 폐렴 등 합병증을 60~70% 까지도 막아준다”라고 조언했다.
김은진 질병청 신종병원체분석과장은 “최근 영국에서 발표한 K 변이 관련 연구 를 보면 백신이 어린이 입원 위험을 75% 줄여주고, 성인도 40%까지 보호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조만간 독감 유행이 고령층으로 확산할 수 있어서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38도 넘는 고열, 근육통 등 독감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하고, 항바이러스제를 쓰는게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