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데뷔 타석보다, 얼마 전 도쿄돔에서 치른 일본전보다 오늘 이 자리가 더욱 떨리네요.”
24일 KBO 시상식에서 신인왕에 오른 안현민(22·KT 위즈)은 행사 내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괴력의 교타자’라는 별명 답지 않은 굳은 표정과 경직된 말투가 참석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줬다.
올해 112경기에서 타율 0.334 22홈런 80타점 72득점으로 맹활약한 안현민은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상 트로피를 품었다. 한국야구기자회 투표에서 110표(득표율 88%)를 쓸어 담아 5표의 정우주(19·한화 이글스)와 3표의 송승기(23·LG 트윈스), 성영탁(21·KIA 타이거즈) 등을 제쳤다. KT 선수의 신인상 수상은 2018년 강백호(26)와 2020년 소형준(24) 이후 세 번째다.
안현민의 신인왕 등극은 예상된 결과였다. 3월 개막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 했지만, 두 달 뒤 1군 무대 합류와 함께 압도적인 파워와 선구안, 정확도를 고루 뽐내며 차세대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7월에는 KBO리그 월간 MVP까지 수상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종료 시점에는 출루율 1위(0.448)를 비롯해 타율 2위(0.334), 홈런 공동 10위(22개), 장타율 3위(0.570) 등 타격 여러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안현민은 “오늘 신인상을 받으면서 8월에 겪은 슬럼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면서 “어느 선수든 부진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정신적으로 무너졌는데, 주위 여러분들의 조언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했다. 이어 “9월 타격 기록이 좋아지면서 조금쯤 신인왕을 예감할 수 있었다. 오늘 만약 뽑히지 못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22년 데뷔한 안현민은 조기 군 입대를 택했다. 강원도 양구 소재 육군 21사단에서 취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때 매일같이 운동하며 몸을 근육질로 만든 노력이 훗날 기존의 정교한 타격에 파워를 덧 입힌 배경이 됐다. 안현민은 “사실 나도 입대 전엔 걱정이 많았다. 미래에 대한 공포감이 컸다”면서 “이제는 현역으로 입대한 후배들이 가끔 연락을 해온다. 군대에서 어떻게 몸과 마음의 관리를 했는지 물어보면 내가 노하우를 알려준다. 앞으로도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국제 경쟁력도 입증한 안현민은 이날 인터뷰에서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올해 받지 못한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은 물론 해외 진출의 꿈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수집하고 싶다는 안현민은 “아직은 부족한 수비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타격 고민도 멈추지 않겠다. 내년에는 기본기부터 더욱 충실하게 다지겠다”면서 “더 큰 무대에서 뛰겠다는 의지를 품은 선수는 MVP를 받아야 다음 스텝이 가능하다고 본다. 일단 KBO리그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