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59억원을 버는 건 쉽지 않다. 30년을 일한다 치면 연 2억원씩 벌어야 한다. 스물 두 살 태국 여성 지노 티띠꾼은 그 돈을 한 주 만에 벌었다.
티띠꾼은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런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상금은 LPGA 사상 최고액인 400만 달러(약 58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까지 휩쓸었다.
한 번이 아니다. CME 투어 챔피언십 우승 상금이 2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훌쩍 뛴 지난해부터 티띠꾼은 기다렸다는 듯 2연패를 했다. 올 시즌 상금 총액은 757만8330달러로, 지난해 자신이 세운 LPGA 투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605만9309달러)을 스스로 갈아 치웠다.
이번 우승으로 티띠꾼의 통산 상금은 17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데뷔 4시즌 만에 이룬 성과다. LPGA 투어 역사상 가장 빠른 기간에 1700만 달러를 번 선수가 됐다. 티띠꾼은 또한 가장 빨리 800만 달러, 900만 달러, 1000만 달러, 1100만 달러, 1200만 달러, 1300만 달러를 번 선수이기도 하다. 여성 스포츠 역사상 가장 빠르게 돈을 버는 선수다.
LPGA 투어 역대 통산 최고 상금에도 성큼 다가섰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안니카 소렌스탐(55·스웨덴)으로 2258만3693달러다. 티띠꾼은 격차를 521만4293달러까지 좁혔다. 현재 추세라면 5번째 시즌인 내년에 소렌스탐을 넘어설 수 있다.
골프 뿐만이 아니라 여성 스포츠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테니스 역대 최고 스타인 세리나 윌리엄스(44·미국)는 WTA(여자테니스협회) 출전권을 얻고 첫 4시즌 동안 1113만 달러를 벌었다. 윌리엄스의 누적 상금이 1640만 달러에 도달한 건 6시즌이 지난 후였다.
10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마르티나 힝기스(45·스위스)도 6시즌 후 상금 수입 총액이 1400만 달러였다. 세리나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이가 시비옹테크(24·폴란드)는 WTA 출전권을 딴 2019년부터 4시즌 동안 약 1400만 달러를 벌었다.
상금을 가장 많이 번 선수가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보장은 없다. 티띠꾼은 세계랭킹 1위를 오랜 기간 유지하며 LPGA 투어 7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대회에선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서 보지 못 했다. 아직까진 소렌스탐(메이저 10승 포함 72승)이나 세리나 윌리엄스(그랜드슬램 23승)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티띠꾼의 기록적 수입은 LPGA 투어 상금 인플레이션 덕을 봤다. 메이저 대회와 CME 등 일부 대회 상금이 크게 오르다보니 올해 LPGA 투어에서 상금 수입 총액 10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46명에 이른다. 2023년(28명)의 2배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렌스탐은 통산 60승 부근에서 1700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상금이 많은 대회에 유달리 강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티띠꾼이 CME 한 대회서 거둔 수입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827만5000달러에 이른다. 나머지 대회에서 활약이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