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투수 4관왕’ 코디 폰세(31·한화 이글스)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폰세는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총 125표 가운데 96표를 받아 76%의 높은 득표율로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화 소속 선수가 MVP의 영예를 안은 건 지난 2006년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을 동시 수상한 류현진 이후 19년 만이자 통산 5번째다. 앞서 장종훈(1991·92년)-구대성(1996년)-류현진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항상 ‘류현진 팬’을 자처한 폰세는 “평소 그를 존경했고, 롤 모델로 생각했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어디서든 그의 사진 옆에 내 사진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영광으로 여겼다”며 “올 시즌 함께 야구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류현진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폰세는 올 시즌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KBO리그를 지배했다. 정규시즌 29경기 성적은 17승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타이틀을 석권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승률(0.944) 1위까지 겸했다. 1996년 구대성과 2011년 윤석민(당시 KIA 타이거즈)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자 외국인 최초의 투수 4관왕이다.
폰세는 ‘대기록 제조기’로도 이름을 날렸다. 개막 후 한 번도 지지 않고 17연승을 내달려 역대 개막 최다 연승 신기록을 새로 썼다. 아울러 2021년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 베어스)가 작성한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5개)을 27개나 늘렸다. 지난 5월17일 SSG 랜더스와의 대전 더블헤더 1차전에선 8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아내 류현진이 갖고 있던 역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17개)을 15년 만에 갈아 치웠다.
폰세는 “한화에서 뛰는 동안 인간적으로 성숙했고, 야구장 안팎에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훌륭한 팀에서 뛸 기회를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나를 늘 형제처럼, 가족처럼 대해 준 동료들도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평소 ‘우리 형’이라 부르는 전담 포수 최재훈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늘 홈플레이트 뒤에서 함께해 준 덕분에 좋은 공을 맘껏 던질 수 있었다”며 “우리 형의 헌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폰세는 지난 6일 대전에서 첫 딸을 얻었다. 아내 엠마는 남편이 한화의 포스트시즌에 참여하도록 배려하기 위해 한국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건강한 딸을 품에 안았다. 내년 메이저리그(MLB) 복귀가 유력한 폰세는 동반 참석한 아내에게 “나의 진정한 MVP이자 ‘넘버 원’ 팬”이라고 경의를 표한 뒤 “KBO리그 팬들에겐 ‘늘 웃으면서 야구하지만, 가끔은 시원스럽게 포효했던, 재밌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타격 3관왕’ 르윈 디아즈(29·삼성 라이온즈)는 역대 가장 아쉬운 ‘차점자’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디아즈는 올해 타율 0.314, 50홈런, 158타점, 장타율 0.644로 맹활약해 홈런·타점·장타율 1위에 올랐다. 2015년 박병호가 세운 한 시즌 최다 타점(146점)을 넘어 KBO리그 신기록을 작성했고, 외국인 선수 최초로 50홈런 고지도 밟았다. 다른 시즌이라면 MVP를 받고도 남을 성적이지만, ‘괴물 위의 괴물’ 폰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넘겨줬다.
폰세는 “디아즈가 MVP로서 손색 없는 활약을 했다”며 “우리는 투수와 야수이자 동업자로서 서로 존중한다.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 디아즈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