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세계 산업 구조와 경쟁 구도를 빠르게 뒤흔들고 있다. 최근 물류센터와 제조업 현장에는 AI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시범 투입돼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공정을 대신하고 있다.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AI를 얼마나 빠르고 책임 있게 활용하느냐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제조 AI 대전환 협력체계(M.AX)를 통해 공정 최적화, 품질 예측, 설비 고장 예방 등 활용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로봇·스마트센서 등 ‘피지컬 AI’ 실증과 산업단지 단위의 AI 전환도 추진 중이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산업데이터 허브, AI 안전·품질 가이드 등 생태계를 뒷받침할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AI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의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다. 공통의 원칙과 규범, 즉 표준이 마련돼야 기술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표준은 기술의 통일을 넘어 국제 사회가 신뢰와 책임을 제도화하는 기반이며, AI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AI 전환이 확대될수록 규범과 기준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인공지능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기반으로 품질 기준, 평가·검증, 안전성 관리체계를 정비하며 AI 국제표준 제안도 확대하고 있다.
기술 경쟁과 규범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국가별 기준이 다르면 시장이 분절되고 기업도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는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확산이 어렵다. 국제표준은 이러한 위험을 낮추고 기술 확산을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공통 기반이다.
유엔(UN)은 ‘인류를 위한 AI 관리’ 보고서를 통해 국제표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2월 2일 서울에서는 ISO(국제표준화기구)·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ITU(국제전기통신연합)가 처음으로 공동 개최하는 ‘국제 AI 표준 서밋’이 열린다. AI 신뢰성, 데이터 품질, 안전성·투명성 등 주요 의제를 논의하고, 국제사회가 공유할 AI 표준화 비전인 ‘서울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선언은 향후 국제 사회가 AI를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기준점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 추진과 동시에, AI 국제표준 논의에 적극 참여해 공정하고 안전한 AI 활용 기반을 국제 사회와 함께 구축할 것이다. AI 대전환 시대의 해법은 함께 만드는 표준에 있다. 서울에서 그 첫걸음을 내디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