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간의 협상이 끝난 뒤 “양측은 업데이트되고 정교화된 평화 프레임워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어떠한 향후 합의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온전히 보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평화를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평화 합의안 도출이라는) 목표를 매우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제시한 28개항의 합의안 초안엔 우크라이나가 요충지인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우크라이나군을 60만명 규모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금지하되, 나토와 유사하게 미국과 유럽의 집단방위 방식의 안전 보장 장치를 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미국측 초안에 러시아의 입장이 대거 반영됐다며 반발해왔다.
그러나 이날 공동성명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많은 변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측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의 평화안 합의 시한을 27일로 지정한 상태다. 27일은 추수감사절로, 곧장 미국의 소비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28일) 연휴로 이어진다. 만약 추수감사절에 맞춰 평화안이 발표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물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부 희석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유럽 역시 미국측 평화안에 일부 동의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3개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작성한 초안 28개항을 고친 유럽 수정안을 마련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 이양과 군 병력 감축 등은 반대하면서도 평화 협상이 체결될 경우 러시아를 G8에 다시 초대한다는 13항을 인정했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다가 G8에서 퇴출됐다. 러시아가 G8에 재가입해 서방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정상 국가의 지위를 회복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서방의 제재가 완화돼 경제적 숨통이 트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G8 복귀를 반대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유럽안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전부 넘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투가 벌어지는 ‘실제 전선’을 기준으로 영토 협상을 시작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