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흡수통일할 생각 없다”며 “일단 대화하고, 평화 공존하고 그다음에 통일을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중동·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튀르키예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론에 대해 “흡수해서 뭐 하냐”며 “거기서 생겨나는 엄청난 충돌과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책임도 못 지는 얘기를 정치인들이 쓸데없이 하느라고 괜히 갈등만 격화되지 않았느냐”며 “갑자기 통일 얘기하면서 ‘대박’이라고 하니까 (북한이) ‘이거 쳐들어오는 거 아냐’라며 철조망 치고, 도로 끊고, 장벽을 쌓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비판한 것이다.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중, 중·일 갈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자칫 중간에 끼인 새우 신세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양쪽의 입장을 적절히 조정, 중재하면 우리의 활동 폭을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남아공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대한민국의 대(對)중국 인식에 대해 궁금하다”고 물은 데 대한 답변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안보 측면에선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고, 그러나 지리·역사적 관계, 경제적 관계 측면에서는 (중국을) 단절할 수 없다. 적절하게 관리해야 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동 순방의 추가 성과도 밝혔다. 지난 20일 한·이집트 정상회담에서 압둘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카이로 공항을 확장할 계획인데 아마 3조~4조원 정도 들지 않을까 한다”며 “그걸 한국 기업들이 맡아서 확장하고 운영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집트 정부는 35억 달러 규모의 카이로 공항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는 지난 18일 한·UAE 정상회담을 꼽았다. “사전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특사로 가서 협업할 수 있는 분야를 많이 정리했고, 구체적인 사업도 발굴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큰 성과가 난 것 같다”고 했다. 강 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방산 분야에서 150억 달러(약 22조원)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일각에선 마치 외부의 지원 없으면 자체 방위도 못 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데, 이런 상황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한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만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금은 당장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남북 간의 평화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송환을 요청하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와 관련해선 “지금 나이가 다 아흔이 넘어서 오늘내일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분들”이라며 “북한으로, 자기 고향으로 가겠다는 걸 뭘 막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자력·보훈·도로인프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향후 한국의 튀르키예 내 원전 사업 수주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안전 운영 역량이 튀르키예의 원전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