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보건지소 내 주민운동실. ‘건강장수학교’에 참여한 11명의 70~80대 노인들이 둥글게 서서 ‘필라테스 링’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양팔을 쭉 뻗어 링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오른 다리를 뒤로 빼는 동작 등이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그때마다 2명의 운동사가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더 위로 올려보세요. 더, 더, 그렇죠!”라거나 “발뒤꿈치를 드시면 더 힘들어요”라며 자세를 교정해줬다.
운동실 안에는 러닝머신 등 7종의 운동 기구가 마련돼 있다. 노인들은 50초 운동 후 1분 쉬고 다시 옆 기구로 이동해 운동을 이어갔다. 운동교실은 주 2회 한 시간씩 이뤄진다. 운동 후 ‘무리했다’ 싶으면 바로 옆의 물리치료실로 가면 된다. 건강장수학교에는 운동교실 뿐 아니라 영양교실, 통증 예방에 필요한 재활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올 상반기 건강장수학교에 참여한 노인들의 건강 지표(평균값)는 달라졌다. 체질량 지수는 0.5%포인트 감소했지만, 근육량은 20.4㎏을 유지했다. 보행속도와 균형감각 등을 측정하는 노쇠수준 평가는 11.5점으로 올랐다. 12점에 가까울수록 정상이다. 독산동 주민 노현규(77)씨는 “운동하고 사람 만나니 너무 좋다”며 엄지를 세웠다. 금천구 건강장수학교는 서울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올해 3월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 학교는 한달 과정이다. 65세 이상 금천구민이 우선 대상이다. 이용료는 무료다. 지난달 기준 2453명이 다녀갔다. 프로그램 만족도는 94.3%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잘 늙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24일 통계청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이 수치가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초고령사회 속 활기찬 노년 생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이 중요한 만큼 ‘잘 늙는’ 정책도 정교해지고 있다.
강남구는 2021년 삼성동에 ‘강남구웰에이징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기본 3개월 과정으로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센터에서는 개인의 운동 능력과 지병 여부, 혈압·혈당 등을 측정한 뒤 맞춤형 운동 처방을 내리고 식단까지 관리해준다. 운동처방의 경우 저강와 중강도, 중고강도로 나뉘는데 중고강도 운동의 경우 ‘폼롤러를 활용한 관절 강화 운동’ 등으로 짜여 있다. 하체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도 제공된다.
센터 내 70m짜리 ‘G트랙’의 경우 운동 효과를 높이면서 안전까지 신경 썼다. G자 모양의 트랙을 따라 오른쪽·왼쪽으로 각각 10바퀴 돌면 1.4㎞를 걸을 수 있는데 중간에 계단코스를 만들어놨다. 혹시 모를 넘어짐 사고를 방지하려 중간중간 안전바도 설치했다.
노원구는 ‘어르신휴센터’를 중계·상계동 3곳 아파트단지에서 운영 중이다. 휴센터는 신체 활동에 일상 모임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나들이’를 함께 하는 식이다. 더욱이 휴센터 안에 여러 소모임이 활성화돼 있는데 그중 ‘당(糖)그라미’가 인기다. 혈당 관리에 도움되는 운동과 저당 식단 정보를 함께 나누며 일상 속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게 목표다. 회원(이웃) 간 연락망을 형성, 특정 회원에게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주민센터로 연락이 닿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르신의 신체 건강은 물론 마음마저 세심히 살피는 돌봄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