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11년 차 내야수의 내년 목표? “쓰레기 분리수거 잘하기, 화장실 깨끗이, 라커룸 청소하기…”

OSEN

2025.11.24 12:2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내야수 시바타 다쓰히로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SNS

내야수 시바타 다쓰히로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SNS


[OSEN=백종인 객원기자] 연봉 재계약이 한창이다. 내야수 한 명이 사인을 마쳤다. (24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구단 사무실)

그런데 표정이 별로다. 이번에도 700만 엔(약 6500만 원)이 깎인 탓이다. 벌써 4년째다. 올라도 시원치 않은데, 계속 뒷걸음질만 친다.

이제 내년 연봉은 4000만 엔이 됐다. 우리 돈으로 약 3억 7600만 원이다. 유틸리티 내야수 시바타 다쓰히로(31)의 얘기다.

사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 올해는 정말로 한 게 없다. 70경기 출장했지만, 대부분 대수비나 대주자로 뛰었다. 타격 기회는 22번이 전부다. 여기서 고작 2안타만 기록했다. 따지기도 민망한 타율이다. 1할도 안 되는 0.091로 시즌을 마쳤다.

게다가 몸도 성치 않다. 10월 말에는 수술대에도 올랐다. 어깨에 생긴 돌기를 제거해야 했다. 훈련 재개는 내년 1월이나 가능하다.

어찌 보면 쫓겨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재계약으로 다시 한번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그런 그에게 한 기자가 묻는다. “내년 목표가 무엇인지.” 뻔한 질문이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나온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박함이 물씬 풍긴다.

“예, 그건 말이죠.” 잠시 뜸을 들인다. 그리고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털어놓는다.

“샤워하면서 테이핑 했던 붕대를 풀어 목욕탕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짓,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라커룸에 오물을 함부로 버리는 것. 그런 팀이 되지 않는 것이 내년 시즌에 꼭 이뤄야 할 목표입니다.”

환경미화원 면접인가. 무슨 프로야구 선수가 청소, 분리수거에 저리도 진심인가.

내야수 시바타 다쓰히로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SNS

내야수 시바타 다쓰히로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SNS


기자가 반문한다. “엣? 무슨 말씀인지.”

“당연히 우리의 목표는 우승입니다. 다만 그걸 위해서 매진하려면 팀의 난조,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야 합니다.”

11년 차 내야수가 역설한다.

“빈틈이 많은 팀은 반드시 티가 나게 돼 있죠. 그게 꼭 그라운드에서 플레이로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라커룸이나, 샤워실, 화장실 그런 부분에서도 드러나게 돼 있죠. 지저분하고, 더럽고, 정리정돈이 잘 돼있지 않은 팀은 왠지 허술하고, 약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듣다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묘하게 빠져든다.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면, 상대의 사소한 변화나 빈틈을 놓치게 됩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플레이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야구선수로서, 인간으로서, 당연하고 철저하게 지켜야 할 것들입니다.”

신임 감독 아이카와 료지(49)도 취임사에서 ‘범사철저(凡事徹底)’를 강조했다. 평범하고, 기본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청결함, 정리정돈. 일본의 국민성과도 연관성이 깊다. 야구선수들도 중요하게 여긴다. 월드시리즈 MVP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완투승을 이룬 뒤, 덕아웃을 깨끗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이 종목의 달인이다. 쓰레기 줍기를 평생 실천한다. 평소 타석에서도, 심지어 올스타전에 나가서도, 비닐을 주워 유니폼 뒷주머니에 담는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치로도 마찬가지다. 선수생활 내내 지킨 가장 중요한 루틴이 있다. 훈련 시작 전에는 유니폼을 꺼낸다. 작은 가위와 핀셋으로 보푸라기를 깔끔하게 제거한다.

끝나고 나면 글러브를 정성껏 손질한다. 왁스칠까지 구석구석 잊지 않는다. 스파이크에 묻은 흙은 쇠 브러시로 말끔히 닦아낸다.

그가 남긴 말이다.

“깨끗하게 직접 손질한 글러브로 훈련한 것은 몸에 남는다. 그런 기억은 계속 몸속에 새겨진다. 하지만 더러운 글러브로 플레이하고 있으면 그런 운동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런 의미가 크다.”

이치로 스즈키 / 명예의 전당 SNS

이치로 스즈키 / 명예의 전당 SNS


/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