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와 LIV골프의 합병 협상은 사실상 깨졌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며 백악관에 양쪽을 불러 합의를 시도했지만 얼굴만 붉히고 나왔다. PGA 투어는 LIV가 더 이상 대형 선수를 스카우트할 돈줄이 말랐다고 보고 고사 작전을 펴고 있다. 로리 매킬로이는 “통합이 필요 없다”고 했다. 그 작전이 얼추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하던 LIV는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 등은 LIV골프가 내년 시즌 각 대회 상금을 기존 25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로 증액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개인전 상금은 2000만 달러를 유지하고 500만 달러였던 단체전 상금을 1000만 달러로 늘린다는 것이다. 팀 프랜차이즈 가치를 높이고, 팀 운영 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더 큰 노림수는 PGA 투어와의 군비경쟁이다. 상금이 3000만 달러가 되면 PGA 투어의 플래그십 이벤트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을 뛰어넘는다. 또한 2000만 달러 수준인 메이저 대회와의 격차도 더 벌리게 된다.
특급 선수 스카우트를 못 하더라도 유망주들에겐 구미가 당기는 액수다. 지난해 북아일랜드에서 '제2의 로리 매킬로이'라고 평가받던 톰 맥키빈은 PGA 투어 출전권을 받았음에도 LIV로 갔다. 올해도 DP월드투어 상위권에 들어 PGA 투어 출전권을 받은 로리 캔터가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장유빈도 지난해 PGA 투어 Q스쿨 최종전을 앞두고 진로를 틀었다.
아킬레스건은 세계랭킹 포인트다. PGA 투어 등 기존 골프 단체들은 LIV의 경기 형식 등을 문제 삼아 랭킹 포인트를 주지 않는다. 이에 따라 LIV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적다.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지 못한다면 골프계에선 재야단체 비슷하다.
LIV골프는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 최근 54홀 대회를 72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시즌 순위 49위 아래로 밀리면 다년 계약에 상관없이 무조건 방출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조만간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끝난 아시안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집단 시위장 같았다. 10위 이내 선수 전원, 15위까지 중 14명이 LIV 선수였다. LIV 대회를 개최한 코스여서 유리하다고는 해도 이런 압도적인 성적이라면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참가 선수 120명 중 46명이 LIV 소속이었다.
마스터스와 디 오픈은 6개국 내셔널 오픈 우승자에게 출전권을 주기로 했는데 그중 상당수는 LIV 선수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콩오픈에서 톰 맥키빈이 마스터스 티켓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