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눌려있던 소비심리가 이달 반등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줄고,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오른 것이 소비심리를 끌어올렸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오른 112.4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이후 석 달 만에 오름세로 방향을 바꿨다. 2017년 11월(113.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2500가구를 조사한 결과다.
CCSI는 소비자의 경기 판단, 생활 형편, 지출 계획 등 6개 심리지수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장기 평균(2003~2024년)보다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한ㆍ미 관세 협상 타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2%)이 전망치(1.1%)보다 높게 나온 점 등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부 지표에서도 개선 흐름이 뚜렷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91에서 96으로, 향후경기전망CSI는 94에서 102로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체감) 현재 경기과 전망 모두 나아졌다는 의미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지난달과 동일했다. 최근 농ㆍ축ㆍ수산물 가격 안정과 공공요금 변동 폭 제한 등이 영향을 끼쳤다. 대신 3년 후와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각각 2.5%로 전월 대비 0.1%포인트씩 하락했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요인이 있었음에도 소비자들은 물가를 전반적으로 안정된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완만히 하락하는 추세인 만큼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1년 뒤 집값을 예상하는 주택가격전망CSI는 119로, 10월(122)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9월(112)부터 10월(122)까지 두 달 연속 뛰었는데, 이달 들어 하락 전환한 것이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공급 대책 등이 이어지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둔화한 영향이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달 지수(119)는 6·27 대출 규제 전인 지난 6월(120)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기 평균(107)을 크게 웃돌았다. 100을 넘으면 “향후 집값이 더 오른다”는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 팀장은 “전월 대비 하락하긴 했지만 6ㆍ27 가계부채 대책 직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