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순재 배우가 2020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86세이던 그는 네 편의 연극 출연 일정을 밝히면서도 “새 작품을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진심이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한때 정계에 입문했지만 “나의 길은 연기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연기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배우로서 그는 작품을 가장 중요시했다. 2018년 영화 ‘덕구’에 출연하면서는 “별의별 종류의 영화에 다 출연해봤다. 주연, 단역, 악역, 멜로 연기도 다 해봤다”며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조건 작품 그 자체”라고 말했다.
원로 배우로서 후배와 업계에 대한 일침도 아끼지 않았다. 2011년 한 배우의 드라마 중도 하차가 논란이 되자 “배우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 종방연에선 “작업 과정은 지옥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생사를 걸고 한 작품”이라며 “이제는 완전한 사전제작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아 남긴 말은 그의 마지막 수상소감이 됐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옵니다.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정말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