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국가공무원의 상관 명령에 대한 ‘복종 의무’가 사라질 전망이다. 상관의 지휘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57조(복종의 의무)에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정안은 이를 삭제한 대신 지휘·감독에 따른 의무 등을 신설했다.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한 의견 제시는 물론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거부할 권리까지 뒀다. 또 위법한 지휘를 따르지 않은 공무원을 징계 못 하게 하는 조문도 담았다. 개정안은 독일의 연방공무원법을 참고했다. 독일 법은 상관 직무 명령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공무원 복종의무는 1948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때 도입됐다. 이후 76년가량 유지돼오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가공무원법 개정 요구가 현 여권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12·3 비상계엄이란 불법적 명령에 대해 복종하지 않도록 법이 제도화돼 있지 않다 보니 투입된 경찰이나 군인,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불법적 명령을 따를 것인지 따르지 않을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등을 거친 뒤 다음 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해 시행 시점은 미정이다.
하지만 벌써 공직 사회에서는 위법한 부당 지시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등을 놓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육아 휴직 대상 자녀의 나이 기준을 현행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에서 12세(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상향하고, 난임 휴직을 별도의 휴직 사유로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스토킹·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비위 혐의자에 대한 징계 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징계 절차 강화 내용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