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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은 산 아냐”vs“국유림 땅 속도 규제 대상” 충주 활옥동굴 운영 갈등

중앙일보

2025.11.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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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북 충주시 목벌동 활옥동굴에서 관람객들이 투명 카약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어디까지 산?” 산림청·동굴 개발 업체 소송전

폐광산 내 관광시설을 산지(山地)로 볼 것인가를 놓고 산림청과 동굴 개발 업체 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25일 충북 충주시 등에 따르면 충주호 목벌동 인근 국유림에 포함된 ‘활옥동굴’에 대해 “국가재산인 국유림을 업체가 무단 점유해 개발했다”는 산림청 주장과 “지하 갱도를 산림 관련법으로 똑같이 규제하는 건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업체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산림청이 국유림 무단 점유를 이유로 활옥동굴 안에 있는 보도블록과 조명 시설·조형물 등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활옥동굴 운영자인 영우자원 측은 법원에 행정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를 오는 27일 결정할 예정이다.

활옥동굴은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활석·백옥·백운석 등을 채굴하던 아시아 최대 광산이었다. 99년 이영덕 영우자원 대표가 광산을 인수한 뒤 광물자원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2018년까지 활석을 캤다. 이 대표는 이듬해 전체 57㎞ 길이 갱도 중 2.3㎞를 관광시설로 꾸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공연장과 와인 저장고, 건강테라피실, 수경재배 시설, 조명 전시물 등을 볼 수 있다. 동굴 호수 안에서 카약도 탈 수 있다. 연간 40만~5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활옥동굴은 지난해 기준 47만2000여 명이 찾아 충주지역 관광지 중 방문객 수 1위를 차지했다.
활옥동굴 입구. 사진 활옥동굴


산림청 “국유림 지하 부분 점유 허가받아야”

산림청은 활옥동굴 내 중앙 통로 쪽 3619㎡ 규모 부지를 영우자원이 무단 점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체 관람로(1만4000여 ㎡)의 26%에 달한다. 충주국유림관리소 홍기 재산관리팀장은 “국유림법과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유림 안에 포함된 지하부 갱도 역시 사용 허가를 받고 관광시설로 활용해야 하지만, 영우자원은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허가를 받지 않은 구역을 무단 점유로 판단해 행정대집행을 계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국유림 등 국가 재산을 사용할 경우 법에서 정한 사용료를 내야 한다. 국유림 지하 부분 사용료는 지상 쪽 토지사용료의 3.5%(입체이용저해율)를 적용한다. 지하를 산 정상으로부터 몇m로 볼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홍 팀장은 “국유재산 지하 부분의 사용료 징수 규정이 있는 것으로 미뤄, 예외 규정이 없는 한 국유림 내 지하 갱도 역시 국유림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활옥동굴 개장 후 2차례에 걸쳐 낙석이 발생한 것도 문제 삼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과 직결된 낙석 방지용 스크린, 시설물 고정핀 등 광해방지사업이 제대로 됐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안전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원상 복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활옥동굴 메인 통로는 높이가 6m에 달하고 바닥도 평평해 남녀노소 걷기 편하다. 활석 광산이라 벽이 하얀 색이다. 중앙포토


활옥동굴 측 “수목 보전 입법 취지 과한 해석”

영우자원 측은 산림청 규제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영우자원 관계자는 “산림 관련법은 지상부의 수목·임도 등 산지를 보존하고,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한 조항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지하 갱도를 일반 산림과 똑같이 규제하는 건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활옥동굴 개발 과정에서 지상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훼손한 적도 없다. 추가적인 산지 훼손 없이 이전에 개설한 갱도를 활용하는 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시설은 규정에 맞게 설치돼 있고, 과거 낙석 사고는 통행로 구간에 발생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관람객으로부터 가장 인기가 있는 투명 카약은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충주시가 영우자원 측에 투명 카약 운영을 위한 수상레저사업 신청 조건으로 국유림 사용 허가를 요구하면서다. 영우자원 측은 “산림청과 행정소송을 하는 1~2년 동안 주 수입원인 카약 운영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지금도 관람객이 30% 정도 줄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영덕 영우자원 대표는 “이번 사태는 기존 법령과 행정 체계에서 폐광 재생과 지하 공간 활용, 동굴관광 등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과 법적 정의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절차적 문제”라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관련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활옥동굴은 채굴은 끝났지만, 영우자원이 아직 광업권을 소유하고 있다. 시에서 사권(私權)이 있는 시설을 매입하거나 활용하기도 곤란하다”며 “경기도 광명동굴은 광업권자가 폐쇄한 시설을 시가 매입해 양성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종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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