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첨단 D램 신제품을 공개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냈다. 저가 범용 메모리에 집중하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프리미엄 시장을 넘보면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미국) ‘3강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CXMT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반도체박람회(IC China 2025)’에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X 신제품을 공개했다. DDR5는 최신 규격 D램이다. 일반 DDR5는 PC·서버용이고 LPDDR5X는 스마트폰·태블릿에 탑재된다. 앞서 CXMT는 지난해 말 DDR5 상용화에 성공한 후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식 행사에서 실물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한 것이다.
CXMT는 자사 DDR5의 최고 속도가 초당 8000Mbps(초당 메가비트)를 기록해 이전 세대 제품(6400Mbps)보다 성능이 25%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 사양만 보면 현재 판매 중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DDR5 성능(7200Mbps)을 넘어선다. 이날 CXMT는 모바일 기기용 LPDDR5X 시리즈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2016년 설립된 CXMT가 단기간에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반도체 굴기’ 정책에 따라 베이징 국영펀드·알리바바 등의 대규모 투자를 등에 업고 3년 만인 2019년 중국 최초의 DDR4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공격적으로 DDR4 제품 생산을 늘리던 CXMT는 이제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CXMT의 존재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CXMT의 점유율은 8%로 20~3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에 이어 4위다. 아직 한 자릿수지만 향후 수율(양품 비율)을 끌어올려 중국 내 수요를 흡수한다면 3강 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당장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제품 개발 자체는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수율과 생산능력”이라며 “CXMT 수율은 50% 미만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양산 능력을 확 늘릴 수 없다. 아직 2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