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 참석을 계기로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UAE·이집트·튀르키예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각국과의 방산 협력에 관해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UAE와의) 실제 (협력) 결과도 조만간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고, 같은 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양국은 (방산 부문에서) 공동생산, 기술협력, 훈련 교류 등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아직 실질적인 성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주요 무기체계의 공동 개발과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4.5세대 초음속 다목적 전투기 KF-21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 K9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 등이 협력 확대의 핵심 장비로 업계에선 거론된다.
실제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지난 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현지 최대 방산국영기업 에지(EDGE)그룹의 파이살 알 반나이 회장과 만나 무기 협력 체계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UAE 국방차관은 지난 8월 경남 사천공군기지에서 KF-21 시제함을 타며 성능을 검증하기도 했다.
중동·아프리카 권역이 K-방산의 주요 활로로 자리 잡은 것은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PIRI)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국가의 국방비 지출액은 2435억 달러(약 359조원)로 2023년보다 15% 증가했다. 국방비 지출액이 상위권인 사우디아라비아(803억 달러), 튀르키예(250억 달러), UAE(240억 달러), 카타르(144억 달러) 등이 K-방산의 잠재 고객이다.
특히 사우디·UAE·카타르 등 친미 성향 국가들은 이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사일, 다연장로켓, 자주포 등 기존 지상 장비 노후화로 교체수요도 많다. 지난 3월 발간된 교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4개국(이집트·사우디·UAE·이라크)의 전차·자주포·다연장로켓 6088기 중 2350기(39%)는 교체가 필요하다.
이미 한국은 K9자주포(튀르키예·이집트), 천무 다연장로켓(UAE·사우디), 천궁-II 미사일(UAE·사우디·이라크) 등을 수출했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한국 무기를 한 번 써본 국가들의 신뢰도가 높은 데다가 방공망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기 위한 수요도 많다”며 “중동은 자국 군수산업 육성에 적극적이기에 현지생산, 부품 공동개발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로 확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