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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전쟁' 李정부 첫 성적표...사망자 3년 만에 다시 늘었다

중앙일보

2025.11.24 23:46 2025.11.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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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지난 분기 산업재해 사망자가 3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영세사업장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25년 3분기(누적) 산업재해 부가통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치에 따르면, 사고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 443명 대비 14명(3.2%) 증가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를 말한다.

이번 통계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첫 산재 성적표다. 정부는 산재 발생 기업에 고액 과징금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예고했고,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도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본격 적용됐다. 그럼에도 2022년 통계 작성 시작 이후 매년 감소하던 산업재해 사망자가 올해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단기간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 흐름을 봐달라”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뜯어보면 3분기 산재 사망자는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늘었다. 50인(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은 182명으로 전년 대비 12명(6.2%) 준 반면, 50인(건설업 50억원) 미만 사업장은 275명으로 26명(10.4%) 늘었다. 특히 5인 미만(건설업 5억원) 사업장에서 27명(24.5%)이나 증가했다.

업종별로도 건설·제조업이 아닌 기타 업종에서 사고 사망자가 올해 128명으로 전년(106명)에 비해 22명(20.8%) 늘면서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이 중 규모가 영세한 도·소매업에서 사망자가 20명으로 전년보다 11명 증가했고, 농림어업은 19명으로 10명 늘었다. 건설업 역시 공사 기간이 짧고 안전관리 수준이 낮은 5억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전년 대비 19명이 늘어 91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전체 건설업 재해 사망자(210명)의 43%에 해당한다.

산업계는 “산재가 주로 작은 사업장에서 늘고 있는 만큼 처벌 강화 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알고 있다고 답한 222개 기업 중 73%인 162개사가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치중돼 있어서’가 57%(92개사)로 가장 많았다.

다만 정부는 엄격한 처벌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 본부장은 “정부의 안전·보건 정책은 사후 책임을 엄중히 묻고, 역량 있는 기업이 제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부족하며, 자기규율은 결국 규제 완화로 흐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준 것은 강력한 제재 효과로 볼 수 있지만, 영세사업장의 산재는 처벌 만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처벌 만능주의가 되어서는 안되고, 느리더라도 영세사업장의 인식 개선과 실질적 지원책이 중심이 돼야 산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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