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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파의 반격…일주일새 뒤집힌 美 금리 전망, 인하 확률 81%

중앙일보

2025.11.25 00:41 2025.11.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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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3,857.78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이 일주일 만에 ‘인하’로 뒤집혔다.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의 급격한 악화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 더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WSJ는 데일리 총재가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은 없지만, 제롬 파월 의장과의 통화정책 노선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데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압박이 예상보다 약해, 물가가 갑자기 튀어 오를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차기 Fed 의장 후보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날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이 앞으로 몇 주 안에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시장이 더 얼어붙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Fed 내 ‘사실상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역시 최근 “가까운 시기에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비둘기파의 재부상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24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80.9%로 일주일 전(42.4%)보다 38.5%포인트 뛰었다. 반면 동결 확률은 같은 기간 57.6%에서 19.1%로 낮아졌다.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WSJ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4일 기준 연 4.032%로 이달 초(연 4.113%)보다 0.081%포인트 하락했다(채권값은 상승).

미국발 훈풍에 25일 아시아 증시도 상승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3% 오른 3857.78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개인의 ‘팔자’ 움직임에도 외국인이 3거래일 만에 1155억원어치 ‘사자’로 돌아선 덕분이다. 이날 대만 가권(1.54%)과 일본 닛케이225(0.07%)지수도 오름세를 띠었다.

최근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한 빅테크의 반격도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 주주에게 ‘팩트체크 FAQ’라는 제목의 7쪽짜리 문서를 보냈다. 엔비디아와 AI 거품론을 둘러싼 10여 가지 의혹을 항목별로 반박한 것이다. 특히 서버 등 막대한 설비가 ‘투자 대비 사용 기간이 짧다’는 논란에 대해선 “감가상각 기간은 장비가 2~7년, 건물은 30년으로 동종 업계와 같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실제로 6년 이상 사용된다”고 대응했다.

엔비디아의 올 3분기 매출액이 1년 전보다 62% 증가하는 등 실적 증가가 거품론을 누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빅테크 분석업체인 더퓨처그룹의 다니엘 뉴먼 대표는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AI 모멘텀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달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FOMC 기점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은 축소되고,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는 단기적으로 한국의 고환율(낮은 원화가치)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4.7원 오른(환율은 하락) 1472.4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화값이 오른 것은 7거래일 만이다. 달러 강세가 수그러든 데다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과 수출기업에 이어 증권사까지 소집해 환율 방어를 강조하고 나선 영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 관련 추가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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