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장우영, 연휘선, 유수연 기자] "선배님은 정말 열심히 사셨어요", "배우들의 귀감이 되시는 분이었죠", "정말 참담합니다". 후배 연기자들이 '구순'에도 무대에 올랐던 배우 이순재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25일 새벽,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을 진행하며 건강악화로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그는 올해 초 치러진 KBS 연기대상에서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까지 받고,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그러나 끝내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OSEN이 생전 이순재와 한 작품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배우들에게 생전 고인에 대한 추억을 들었다.
[사진]OSEN DB.
먼저 고인의 마지막 드라마인 '개소리'를 비롯해 tvN 예능 '꽃보다 할배 리턴즈' 등을 함께 했던 김용건은 OSEN과의 통화에서 "이순재 선배님과는 지난해 마지막 작품으로 드라마 '개소리'를 함께 했다. 작품 끝나고 회식까지 하셨는데 갑자기 이런 소식을 듣게 돼 참담하다"라며 울컥했다.
특히 그는 "늘 부지런하시고 그 열정이 고령에도 식지 않는 분이셨다. 시간 관리부터 후배들 지도까지, 후배들에게 상당한 귀감이 되시고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는 분이셨는데 그래서 더더욱 후배 연기자들도, 스태프들도 그 분을 존경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선배님 건강 소식은 계속 전해들었지만 만나뵙고 인사도 드려야 하는데 건강이 불편하다고 들어서 통 뵙질 못했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연락을 해오다가 최근에는 큰병원 옮기셔서 재활치료 하신다 듣고 회복되실 거라 기대했는데 새벽에 이런 소식 듣고 너무 참담하고 황망하다"라고 밝혔다.
[사진]OSEN DB.
또 다른 원로 배우 정동환은 앞서 제16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보관 문화훈장을 받은 뒤 "이순재 선생님이 건강이 좋지 않다"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던 터다. 그 역시 OSEN과의 통화에서 "당시 면회가 안된다고 해서 (이순재 선생님의 건강 상태를) 학교 등을 통해 전해 들었다. 당시 선생님 측에서는 걱정을 덜 시키려고 했는지 다리만 좀 불편하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분이 조금 불편하다고 가만히 계실 분은 아니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많이 나쁜 상황인가보다했다. 최근에 학교 주변이나 방송국 주변에서 상당히 어려우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수훈 소감의 배경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사극 '천명', 일일드라마 등을 이순재와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순재에 대해 "삶이라는 건 어떤 것이라는 걸 일깨워주신 분이시다. 모든 사람들에게 최후의 일각까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가셨다. 본인이 소멸시킬 수 있는 건 다 소멸시키고 가신 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사신 분, 최선을 다하셨으니 어디를 가시든지 편안하고 행복하게 쉬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회상했다.
[사진]OSEN DB.
마찬가지로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함께 했던 배우 백일섭은 또 다른 '꽃할배' 멤버 박근형을 언급하며 "한 달도 안 됐다. 근형이 형이랑 밥을 먹다가 (이순재에게) 전화 한번 해보자고, 그 자리에서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 그 뒤로 큰 병원에 가서 재활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금방 나오실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가셨다. 여전히 돌아가신 것 같지가 않다. 내 마음의 대장이고 나는 그저 똘마니처럼 따랐다. 그랬던 분인데 참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백일섭은 또한 "기억에 남는 게 회식 때마다 약주도 못 드시는 분이 2차는 항상 같이 하셨다. 술도 못 드시는 분이 왜 오시냐고 하면 '그냥 같이 가'라고 하셨다. 건강은 비밀에 싸여 있어서 아무도 몰랐다. 참 가깝게 지냈는데도 그렇다. 오늘 저녁에 빈소를 가봐야 할 것 같다"라며 씁쓸함을 표했다.
[사진]OSEN DB.
'개소리'를 함께 한 배우 송옥숙은 "저는 사실 주변에 '여자 이순재가 될 거야'라는 소리를 많이 했다. 선생님을 많이 존경하고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반도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고인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이어 "선생님은 끝까지 노력하는 배우로 남으라고 저에게 이야기해 주셨던 만큼 마지막까지 노력했던 배우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어느 정도 연기 잘한다고 칭찬받으면 배우들이 안주하고 그러는데 끝까지 노력하고 도전하고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제 마음에 그게 많이 와닿는 날"이라며 울컥했다.
[사진]OSEN DB.
과거 사극 '이산' 등을 함께 했던 배우 한상진은 이순재의 비보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며 울컥했다. 그는 "건강이 안 좋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연락을 한번 드렸다. 그러고 나서 올해 1월 선생님이 KBS 연기대상을 받으셨다. 그걸 보면서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선생님한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연기대상은 선생님 말씀대로 나이가 들어도 잘하는 사람한테 주는 상이다. 인기가 아니라 연기로 보여줘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그런 말씀을 해주셨고, 그런 말씀 덕분에 배우로서 '더 영감을 얻고,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정말 참어른이라고 느꼈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가장 큰 어른"이라고 추모했다.
특히 그는 "선생님과 두 작품을 같이 했는데, 암기력도 후배들보다 훨씬 좋으셨다. 내가 처음 뵀을 때도 칠순이 넘으셨는데 현장에서 스케줄을 바꿔달라 말하신 적이 없다. 사실 선생님께 연기대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몇 번은 받았어야 되는 것이고, 수상 여부 자체가 크게 의미 없는 상이다. 그래도 저희들한테 많은 영감과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길을 열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이순재 선생님과 동시대에 배우로서 같이 작품 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영광이었다. 선생님은 끝까지 가르침을 주고 가셨다. 지금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OSEN=사진팀] 원로배우故 이순재의 의 빈소가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故 이순재는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로 70년 가까이 다양한 연극과 드라마, 영화, 예능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출연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2025.11.25 / [email protected]
<사진=사진공동취재단>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밖에도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를 통해 배우로 데뷔하며 이듬해 KBS 1기 탤런트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연기를 떠나지 않았다. 이에 힘입어 1970년대와 1980년대엔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나 역임하는가 하면, 1992년엔 14대 총선에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 갑 선거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에 유족들은 한국예술인연합회와 상의 끝에 협회장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빈소는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더불어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 고인을 위한 일반 시민들의 추모 공간이 마련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에 엄수되며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