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주행 동안 약 4회 엑셀을 밟아 진행 신호를 주는 도움을 줬을 뿐, 모든 인지ㆍ판단ㆍ제어ㆍ실행은 FSD가 스스로 했다”
25일 소셜네트워크(SNS) 서비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테슬라 감독형 FSD(Full-Self-Driving) 운행에 대한 운전자의 소감이다. X 계정 ‘테슬라 찬’ 운영자는 2시간 동안 테슬라 감독형 FSD를 켜고 복잡한 서울 도심 등을 운행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의정부에서 서울 종로구의 조계사로, 서울시청을 거쳐 광화문, 잠원한강공원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경로에서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 전방을 주시하고 있을 뿐 핸들은 거의 잡지 않았다.
테슬라가 지난 23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감독형 FSD 기능을 배포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공습이 미칠 여파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조향장치에서 손을 놓는 '핸즈프리' 운전을 하는 모습 등이 유튜브와 SNS에 빠르게 유포되면서 '놀랍다'는 소비자 반응도 나오지만, 여전히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번 업데이트 대상은 미국에서 제작ㆍ수입된 모델X와 모델S 중 하드웨어(HW) 4.0 버전을 갖고 있고, FSD 기능을 별도로 구매한(옵션 가격 904만3000원) 차량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안전 기준을 충족한 차량은 연간 한도 5만대 이내에서 수입이 가능해 과거부터 FSD 기능 자체를 들여오는 데는 문제가 없었고, 이번에 잠겨있던 FSD 기능을 테슬라가 풀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 13일 한·미 양국이 발표한 무역협상 팩트시트에서 5만대 한도도 폐지하기로 합의하면서 향후 FSD 적용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모델S는 801대, 모델X는 1902대다. 이 중 몇 대 정도가 실제 FSD기능을 구매한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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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시 전적으로 운전자 책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사의 감독형FSD를 ‘자율주행기술 2단계’로 자기 인증했다고 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제시하는 자율주행기술 0~5단계 중 2단계는 ‘운전 보조 장치’에 해당해 운전자 보조 기능이 있는 차량일 뿐 자율주행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운행은 사람이, 시스템은 보조한다는 개념이다.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핸들도 상시 잡고 있어야 한다. 3단계부터 통상 자율주행차량으로 분류되는데, 시스템이 개입을 요청하면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는 식이다.
국내 법체계도 3단계 이상일 때 자율주행차량으로 분류한다. 테슬라 FSD가 상황을 인지·판단·제어하고 실제 주행까지 자동으로 하더라도 법 규정은 일반 자동차와 똑같이 적용받고, 사고 시에도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가 책임을 물게 된다는 의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FSD의 경우 운행에서 레벨3 단계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있는데, 사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운행 초기 단계임을 고려해 레벨 2로 인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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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놓아도 전방 주시하면 운행
테슬라코리아도 감독형 FSD 매뉴얼에 “FSD 작동 시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언제든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고지한다. 실내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지, 운전자의 손과 팔 위치를 확인한다고 한다. 운전자의 안전 운전 책임을 명확히 한 것. 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사실상 핸즈프리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FSD 운행 영상을 올린 테슬라 찬은 중앙일보 질의에 “핸들에 손을 올려놓지 않아도 주행에 제지나 알람은 없다”며 “운전자가 전방을 보고 있지 않으면 ‘주의를 집중하라’, ‘핸들을 만지세요’ 같은 경고 문구가 뜨고 이를 무시하면 운전 주도권을 운전자에 인계한다”고 말했다. 전방 주시만 하면, 핸들을 잡지 않더라도 FSD 해제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법률상 문제는 없는 걸까. 현행 도로교통법 제48조 1항은 모든 차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순히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운전자 보조 기능을 사용하면서, 기계가 잘못 조향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았다면 처벌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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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산 테슬라 수입 늘어날까
안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산 테슬라가 대량으로 수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0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테슬라는 4만7962대인데, 중국산 모델Y와 모델3가 대부분이었다. 미국 제조 차량인 모델X와 S는 가격이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모델로 수요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미국에서 생산하는 중저가 모델Y 스탠더드가 수입되면 4000~5000만원 대에 FSD 탑재 차량 이용이 가능해질 거란 기대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기술 ‘아트리아 AI’로 2027년부터 레벨2+ 단계 자율주행기술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작동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 HDA2(Highway Driving Assist)를 선보였지만 도심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