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이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필리버스터 제한법’에 속도를 낸 것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 실시 후 국회 본회의 의사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1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필리버스터 진행을 위해 국회의원 60명 이상이 본회의장을 지켜야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도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는 걸 막겠다는 의도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본회의 출석 의원이 정족수(60명)에 미달하면 회의를 중단하거나 산회를 선포할 수 있다. 다만 현행 국회법은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엔 의사정족수에 미달하더라도 회의를 계속하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문 수석이 발의한 개정안에선 예외 조항이 삭제됐다.
국회법 개정안에는 “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필리버스터로 인한 의장단의 업무 과중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진행을 거부한 걸 비판해왔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이학영 부의장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또 개정안엔 필리버스터 중 의원들의 경내 대기 부담을 줄이는 내용도 들어갔다. 현행법은 필리버스터 종결이 선포되면 지체 없이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을 표결하도록 해, 의원들은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일 땐 표결에 대비해 국회에서 대기해야 했다. 개정안엔 “의장은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선포한 후 12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해당 안건의 표결 시간을 공지하고 표결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5일 “만약 국민의힘이 27일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까지도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면, 우리 당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우선해서 처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제한법 시동에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말살”이라고 반격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어떤 양보도 없는 상태라 최후의 수단으로 저희 의견을 전달하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전날 “민주당이 의회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필리버스터를 자신들 입맛대로 고치겠다는 심산을 내비친 것”이라며 “소수 의견의 입을 막는 반헌법적 폭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