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역대급 졸전이었다. 토트넘이 북런던 더비에서 완패한 뒤, 경기 후 공개된 기록은 충격 그 자체였다. ‘4-1 패배’라는 스코어보다 더 잔인한 건 경기력과 데이터가 드러낸 현실이었다.
아스날은 지난 24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을 4-1로 완파했다. 경기 초반부터 모든 흐름을 지배하며 “레벨 차”를 확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분위기는 아스날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박스 앞에서 공을 받은 에베레치 에제가 절묘하게 볼을 띄웠고, 데클런 라이스가 지체 없이 슈팅을 시도했다. 비카리오가 가까스로 막았지만, 이미 아스날이 원하는 흐름이었다.
선제골은 전반 35분 나왔다. 미켈 메리노가 중앙에서 찔러준 공을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받아 돌아서는 순간 토트넘 수비진은 그대로 흔들렸다. 트로사르의 정확한 슈팅은 곧바로 골망을 흔들며 스코어를 1-0으로 만들었다.
곧이어 터진 두 번째 골은 더 결정적이었다. 전반 40분 라이스의 패스를 받은 에제가 드리블로 토트넘 수비를 완전히 요리했다. 측면을 파고들어 낮게 찬 슈팅은 비카리오의 손끝을 스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토트넘은 단 5분 만에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다.
후반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후반 35분, 위리엔 팀버가 전방으로 밀어준 공을 에제가 받아냈다. 에제는 개인 능력만으로 수비를 끌어내고,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가며 오른발 슈팅으로 다시 득점.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토트넘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토트넘의 만회골은 후반 9분에 나왔다. 벤탄쿠르가 전방 압박 과정에서 공을 따냈고, 주앙 팔리냐가 곧바로 패스를 이어갔다. 히샤를리송 지 안드라우가 먼 거리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지만, 그것이 토트넘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후반 30분, 트로사르가 박스 중앙으로 내준 공을 에제가 다시 잡아내며 네 번째 골. 토트넘은 사실상 손 쓸 새도 없이 무너졌다.
문제는 스코어보다 더 치명적인 ‘기록’이다. 북런던 더비 완패 이후 공개된 데이터는 토트넘이 겪고 있는 위기가 단순한 경기력 저하가 아니라 구조적인 붕괴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날 토트넘은 슈팅 3개, 점유율 43%, 패스 235개. 반면 아스날은 슈팅 17개, 367패스. 단순히 밀린 정도가 아니라, EPL 클럽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의 완패였다.
가장 충격적인 데이터는 예상득점(xG)이다. 토트넘은 이날 xG 0.07을 기록했다. 이는 392경기 동안의 PL 기록 중 391위, 사실상 지난 10년 최악의 공격 기록이었다.
더 심각한 건 이 수치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달 초 첼시에 패할 때 기록한 xG 0.1보다도 낮았다. 지금의 토트넘은 ‘슈팅이 안 나오는 팀’, ‘박스 내 존재감이 사라진 팀’으로 전락했다.
공격 기여도 역시 바닥을 찍었다. 토트넘은 이날 박스 안 터치 4회, 상대 진영 패스 120회, 파이널 서드 패스 52회라는 기록을 남겼다. 모두 이번 시즌 최저, 그리고 지난 10년 중 상위 최악 기록이다. 이 정도면 사실상 EPL이 아닌 다른 리그 팀과의 경기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수비는 더 혼란스러웠다. 토트넘은 파울 15회, 경고 3장을 기록하며 아스날보다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세트피스에서는 코너킥 4개를 허용하며 경기 내내 수세에 몰렸다.
시즌 초반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현재 토트넘은 12경기 5승, 리그 9위까지 떨어졌고 최근 리그 5경기 1승, 8경기 2승이라는 참담한 성적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토트넘은 PSG 원정을 시작으로 풀럼–뉴캐슬–브렌트포드와 맞붙는 강행군에 돌입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이 위태로운 팀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가 향후 시즌 전체를 가를 중대 변수가 됐다.
북런던 더비 참패 뒤 드러난 숫자들은 ‘위기’를 넘어 ‘붕괴’의 신호에 가깝다. 토트넘이 이 하락세를 언제, 어떻게 멈출지 팬들과 관계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