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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와 합병 불발…LIV골프 쩐의 유혹

중앙일보

2025.11.25 07:01 2025.11.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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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와 LIV골프의 합병 협상은 사실상 깨졌다.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뒤 백악관에 양쪽을 불러 합의를 시도했지만 얼굴만 붉히고 나왔다. PGA 투어는 LIV가 추가로 대형 선수를 스카우트할 만한 금전적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고사 작전을 펴고 있다. PGA 투어 간판 선수 로리 매킬로이는 “통합이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그 작전이 얼추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하던 LIV골프는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 등은 LIV골프가 내년 시즌 각 대회별 상금을 기존 2500만 달러(약 369억원)에서 3000만 달러(약 442억원)로 증액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개인전 상금은 기존의 2000만 달러(약 295억원)를 유지하되, 500만 달러(약 74억원)이던 단체전 상금을 1000만 달러(약 158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팀 프랜차이즈 가치를 높이고, 팀 운영 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더 큰 노림수는 PGA 투어와의 군비 경쟁이다. 상금을 3000만 달러로 끌어올리면 PGA 투어의 플래그십 이벤트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을 뛰어넘는다. 또한 2000만 달러 수준인 메이저 대회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진다. 특급 선수까진 아니더라도 장래성 밝은 유망주들을 스카우트하기엔 충분한 액수다. 지난해 북아일랜드에서 ‘제2의 로리 매킬로이’라 찬사를 받은 톰 맥키빈은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하고도 LIV골프로 기수를 돌렸다. 올 겨울에도 DP월드투어 상위권에 들어 PGA 투어 출전권을 받은 로리 캔터가 LIV골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장유빈도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무대를 평정한 뒤 PGA 투어 Q스쿨 최종전을 앞두고 진로를 틀었다.

천문학적 상금과 확 다른 대회 분위기로 선수와 팬들을 유혹한 LIV골프의 아킬레스건으로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첫 손에 꼽혀왔다. PGA 투어 등 기존 골프 단체들은 경기 형식 등을 문제 삼아 LIV골프 성적을 랭킹에 반영하는 걸 극렬 반대했다. 때문에 LIV골프 소속 선수들은 메이저 대회 참가 기회를 확보하기 힘들었다.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지 못한다면 골프계에선 재야 단체 비슷하다. 결국 LIV골프가 제도권 진입을 위한 변화를 선택했다. 54홀 3라운드로 치르던 기존 대회 진행 방식을 72홀 4라운드로 늘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또한 시즌 순위 49위 아래로 밀린 선수는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무조건 방출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조만간 세계랭킹 포인트를 배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끝난 아시안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LIV골프의 약진을 예고하는 시위장 같았다. 10위 이내 선수 전원을 포함해 상위 15명 중 14명이 LIV골프 소속 선수들로 채워졌다. LIV골프 대회를 개최한 코스여서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경쟁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이 대회 참가 선수 120명 중 46명이 LIV골프 소속이었다.

마스터스와 디 오픈은 6개국 내셔널 오픈 우승자에게 출전권을 주는데 그중 상당수는 LIV골프 소속 선수가 가져갈 전망이다. 맥키빈은 홍콩오픈에서 일찌감치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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