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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보낸 하이파이브

중앙일보

2025.11.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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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그1 르아브르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하이파이브’ 세리머니를 하는 파리생제르맹 이강인. 선천성 근병증을 앓고 있는 이채원 양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사진 이강인 SNS
지난 23일 프랑스 리그1 명문 파리생제르맹의 한국인 미드필더 이강인(24)은 르아브르와 홈 경기에서 전반 29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득점 직후 이강인은 그라운드 카메라를 향해 오른쪽 손바닥을 내보였다. 이 장면은 TV 중계 화면에 잡히진 않았지만, 관중석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한 팬의 영상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단순한 세리머니가 아니라 미리 약속한 동작이었다. 이강인은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축구대표팀 A매치 평가전 당시 경기를 앞두고 소녀 팬 이채원(14) 양과 함께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근육이 약한 선천적 근병증으로 인해 투병 중인 이 양을 배려해 맨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꼭 잡고 그라운드에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이강인은 경기 후에도 대한축구협회의 주선으로 이 양과 만났다. 이강인의 초상화를 직접 그려 온 이 양은 이 자리에서 하이파이브 동작을 취하며 “골을 넣은 뒤 카메라에 대고 이 동작을 해주시면 제가 TV 앞에 서서 (하이파이브를 완성) 하겠다”고 소원을 말했다.

지난 14일 이채원(왼쪽) 양을 만난 이강인. [사진 KFA SNS]
직접 손바닥을 맞대며 이 양과 하이파이브를 연습한 이강인은 프랑스로 돌아가자마자 약속을 지켰다. 리그 1호골을 터뜨린 직후 소녀 팬의 꿈을 현실로 바꿔줬다. 이강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하이파이브 세리머니 사진을 올렸다. 이 양의 부친은 “채원이도 힘차게 세리머니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감사의 글을 남겼다.

이강인은 어릴적 TV 축구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국가대표, 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우승이 소원”이라 말한 바 있다. 마주한 자리에서 이 양이 “그 중 2가지를 이뤘다”고 칭찬하자 이강인은 “마음과 의지가 확고하다면 소원은 저절로 이뤄진다. 채원이의 소원도 꼭 이뤄질 테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이강인은 마지막 한 가지 소원(월드컵 우승)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 중이다. 지난 시즌 소속팀 내 주전경쟁에 어려움을 겪은 뒤 절치부심해 최근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축구대표팀에선 가나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도 받았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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