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동일한 장면을 변주해 되풀이한다. ‘타다 베이직’이 처음 등장했을 때가 그랬다. 낯선 호출 기반 서비스는 압도적인 편의성으로 소비자의 지지를 받았고, 정체된 택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기성 사업자의 반발은 거셌고 행정은 제재로 응답했다. 1심 무죄 직후 국회는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고,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확정했을 때 혁신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법의 판단이 제자리를 찾은 순간, 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논란도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국토부가 실패했던 가맹택시를 민간이 성공시켰지만, 이번에는 수수료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기사들은 배회영업이나 타앱 운행 매출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가 제재에 나섰으나 법원은 가처분을 인용하며 제동을 걸었다. 사법부의 본안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국회는 또다시 규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행정이 먼저 움직이고 정치가 이를 법으로 굳히는, 타다 사태의 ‘나쁜 순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두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사법적 정합성이다. 타다 재판부나 이번 가맹택시 사건을 다루는 법원 모두 사안의 본질을 ‘불법행위 여부가 아니라 사인 간의 계약 해석 문제’로 보고 있다. 형벌적 잣대나 과도한 행정 개입보다는 계약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신호다. 규제의 신뢰는 법적 확정성에서 나오는데, 입법부가 사법부의 시계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이 확정성을 흔들고 있다.
플랫폼 사업의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수수료는 단순한 이익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의 행동을 조율하는 장치다. 현재 수도권 가맹택시의 배회영업 비중은 10~20% 내외이며, 실질 수수료 부담률은 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기사 개인 단위로 보면 이는 거대한 착취라기보다 미세한 조정 범위에 머무르는 사적 계약의 영역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편차가 있는 요소를 법률로 딱딱하게 고정하면 시장의 유연한 조정 능력은 마비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낳는다.
입법은 산업 구조를 장기간 고정하는 수단이다. 사인 간 계약으로 풀 수 있는 문제에 법이 섣불리 개입하면 분쟁은 복잡해지고 혁신의 적응력은 떨어진다. 타다 사태의 뼈아픈 교훈은 법의 속도가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속도를 압도할 때 혁신이 질식한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안을 밀어붙이는 속도전이 아니라, 법의 파급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다. 혁신의 성숙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더 깊은 숙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