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부호’ 무케시 암바니(68)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이 당일치기 일정으로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수뇌부도 총출동해 암바니 회장을 맞이했다. 삼성전자는 “6G 통신 장비 등 분야에서 양사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과 장남인 아카시 암바니(34)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 이사회 의장이 이날 한국을 방문했다. 오전 10시쯤 방한해 오후 10시쯤 인도로 귀국하는 짧은 일정이었다. 부자(父子)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건 처음이다. 암바니 회장은 ‘인구 대국’ 인도에서 석유화학·에너지·통신 등 사업 분야에 진출해 인도 최대 규모 그룹을 이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의 재산은 1114억 달러(약 162조원) 규모다. 인도는 물론 아시아 최고 부호(세계 15위)다. 삼성은 2012년부터 릴라이언스에 4G LTE 통신 장비를 단독 공급한 인연을 갖고 있다.
VIP 고객의 방한인 만큼 삼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을 들였다. 전용기로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암바니 회장을 처음 맞은 건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장(사장)이었다. 이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으로 이동한 암바니 부자를 이재용 회장이 맞이했다.
이날 오후 내내 삼성전자 모바일·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DX 부문장(사장)을 비롯해 김우준 사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준희 삼성SDS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남궁홍 삼성E&A 사장, 이재언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 삼성 최고경영진의 발표가 이어졌다.
━
삼성전자 “양사 6G·ESS 배터리 등 협력 기대”
암바니 부자는 삼성이 지난달 말 처음 출시한 확장현실(XR) 기기 ‘갤럭시 XR’,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 같은 신기술도 직접 체험했다. 사장단은 이어진 암바니 부자와 이 회장의 만찬에도 모두 참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수뇌부가 총출동한 발표에, 만찬까지 함께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라며 “성의를 다해 VIP로 ‘모셨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는 화학·유통 중심의 기존 사업을 정보통신(ICT) 분야로 확대하며 사업 구조를 넓혀가고 있다”며 “향후 반도체·통신 등 분야에서 종합 역량을 갖춘 삼성과 사업 협력 기회를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향후 6G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릴라이언스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방한을 계기로 대형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일명 ‘JY(이재용) 네트워크’ 경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암바니 회장의 자녀 3명 결혼식(2018년, 2019년, 2024년)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대받아 참석했다.
당초 암바니 부자는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이노베이션 뮤지엄과 기흥·화성캠퍼스 반도체 라인을 둘러볼 예정이었지만 급히 일정이 변경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과 암바니 회장 사이에 ‘짧은 일정인 만큼 삼성의 사업 현황을 알차게 교류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