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가 ‘챗GPT를 따라잡았다’는 호평을 받으며 AI 거품론으로 주춤하던 시장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NYSE)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6.31% 급등한 318.58달러를 기록했다. 알파벳의 주가가 3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알파벳의 강세로 엔비디아 등 다른 미국 기술주들도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2023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구글은 한동안 ‘오픈AI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제미나이3 출시 이후 반응은 달라졌다.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는 이날 자신의 엑스(X)를 통해 챗GPT를 버리고 제미나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오프는 제미나이3의 성능 개선이 ‘엄청나다(insane)’며 “추론과 속도, 멀티모달에서 모두 더 날카롭고 빠르다”고 칭찬했다. 제미나이3를 활용해 새 버전으로 내놓은 이미지 AI 모델 ‘나노 바나나 프로’도 정확한 텍스트 표현과 감쪽같은 이미지 편집 기능으로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증샷들이 올라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제미나이3가 ‘AI 버블론’에 침잠했던 기술계를 움직였다. 지난 18일 출시된 제미나이3는 각종 벤치마크(기준)에서 오픈AI의 새 모델 ‘GPT-5.1’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AI의 사고·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인류의 마지막 시험’(Humanity’s Last Exam) 평가에서 37.5%를 받아 GPT-5.1(26.5%)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20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제미나이3 시범 서비스를 미리 접한 뒤 회사 직원들에게 “구글의 AI 발전이 회사에 일시적인 경제적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 당분간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현지 언론들은 구글이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을 다시 불러오는 등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한다. 미국 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3월 ‘오픈AI를 따라잡기 위한 구글의 2년간의 광란’이라는 기사에서 “(구글) 직원들은 1조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이 스타트업 속도에 더 가깝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문화를 완전히 뒤엎으면서 AI 개발에 총력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신기능과 새 모델을 공개하며 구글의 역습에 대응하고 있다. 오픈AI는 이날 챗GPT에 ‘쇼핑 리서치’ 기능을 선보였다. 원하는 상품을 설명하기만 하면 수십 개 사이트를 AI가 대신 검색해 최적의 구매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앤스로픽도 이날 강점으로 꼽히는 코딩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클로드 최신 모델 ‘오퍼스4.5’를 출시했다.
엔비디아 1강 체제였던 AI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구글은 제미나이3를 자체 개발한 반도체인 TPU(텐서처리장치)만으로 개발했다. AI 개발에 꼭 필요하다고 알려진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생산망을 구축한 것이다. 디인포메이션은 메타도 2027년 자사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PU 대신 구글의 CPU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메타까지 TPU 사용에 합류하게 되면 구글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