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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어쩌다 문화] 비하인드 더 문

중앙일보

2025.11.2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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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는 3명이다. 한 명은 인류 최초로 달을 밟았다는 그 유명한 닐 암스트롱. 다른 한 명은 버즈 올드린이다. 영화 ‘토이 스토리’의 실제 모델이다. 나머지 한명은 마이클 콜린스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3명 중 가장 덜 알려진 콜린스에 조명을 비췄다. 그는 달 탐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대중에겐 잊힌 이름이다. 동료들이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동안 그는 달 궤도에서 사령선을 조정했다. 올드린이 사령선을 조정할 능력이 안 돼 콜린스가 남았다고 한다.

그에게 붙은 수식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외로운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 지구와 교신이 끊긴 뒤 나타나는 콜린스의 모습은 ‘절대적 고독’의 순간을 보여준다. 외로움에 울부짖기라도 할법한데 콜린스는 평온하다. “내 발자국이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에 가자. 어두운 뒷모습은 내가 기억할 테니.” 지구로 돌아온 뒤 콜린스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암스트롱은 과도한 관심에 부담스러워하고 올드린은 반대로 자신의 성과가 묻힌 게 불만이다. 가장 외로웠던 콜린스가 가장 평온한 일상을 이어간다. ‘관종’이 넘쳐나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이런 콜린스의 모습이 신선하다.

이 작품은 1인극이다. 초고는 5인극이었는데 콜린스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해 형식을 바꿨다는 게 제작진 설명.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도재학’으로 이름을 알린 정문성은 콜린스를 비롯해 암스트롱·올드린 등을 홀로 연기하며 ‘어쩌면 해피엔딩’ 등을 통해 쌓은 내공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준상·고훈정·고상호도 캐스팅됐다. 공연은 내년 2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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