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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순직 사고 조직적 은폐…"철저 조사" 내부의견 묵살

중앙일보

2025.11.2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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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 연합뉴스

갯벌에 고립된 사람을 구하다 숨진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 순직 사고와 관련해 당시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이 조직적으로 상황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25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이광진 전 인천해경서장은 이 경사 실종 당시 영흥파출소 팀장 A 경위로부터 '2인 1조 순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 전 서장은 인명 사고와 직결된 근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해경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경무관 승진을 앞둔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이 경사가 드론업체 직원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사실을 토대로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 아니라 '확인차' 출동한 것이라며, 2인 순찰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대응했다.

또 이 경사가 구명조끼를 고립자에게 벗어주던 희생적인 측면만 내세워 여론의 주의를 돌리려 했다. 그는 인천해경서 홍보계장에게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편집해 언론에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경사가 홀로 출동한 상황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이 전 서장은 홍보계장에 '설명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홍보계장은 "규칙을 따르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해야 한다"며 "확인차 나간 것일 뿐 구조 신고가 들어와 나간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장난이 될 수 있어 확실히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은 "홍보계장이 오히려 말장난하는 것 같다"며 의견을 묵살했다. 그러면서 홍보계장이 원래 작성한 설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하지 못하게 했다.

이 전 서장은 영흥파출소 소속 직원들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A 경위에게 전화해 "부정적인 말은 절대 쓰면 안 되고 직원들 입단속을 잘 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이 경사 유족에게는 "언론사들이 붙을 거니까 거리를 두고 이 경사 이야기를 아껴줬으면 좋겠다"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언론 아니겠냐"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당시 영흥파출소장에게도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함구령을 내렸다. 파출소장은 직원들을 불러 해경 비위 사실을 외부에 말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인천지검 해경 순직 사건 수사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로 이 전 서장과 전 영흥파출소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의 첫 재판은 다음 달 8일 오전 9시 50분 인천지법 320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업무상과실치사, 직무유기, 공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영흥파출소 전 팀장 A 경위도 이들과 함께 재판을 받는다.

이 경사는 지난 9월 11일 오전 2시 7분쯤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혼자 출동했다가 실종됐고,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현예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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