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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확인된 트럼프의 거래주의 외교…동맹 소외 경계해야

중앙일보

2025.11.25 07:35 2025.11.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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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중·일 갈등에도 트럼프, 일본 지지 입장 안 밝혀



한·미 통상·안보 합의했지만, 긴장의 끈 조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지난달 30일 부산 정상회담 이후 거의 한 달 만이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통화는 화기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방중 입장을 재확인하며, 시 주석의 내년 국빈 방문도 제안했다. 그는 SNS에 “우리의 (부산) 합의를 정확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두 정상이 양국 관계와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이 대만 문제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자위권 행사’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중국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관련 자신의 발언을 SNS에 소개하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일본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다카이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하지만 이 통화에서도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언급은 없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일·미 간 긴밀한 연계”를 확인했지만, 중·일 갈등을 논의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익을 앞세워 동맹을 배려하지 않는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중·일 갈등에서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놓고도 유럽과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한 종전안을 제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일본은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의 최신판인 셈이다. 중국 견제의 최전선인 대만에 20% 관세를 부과한 뒤 한국보다 많은 4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것도 또 다른 사례다.

한국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한·미는 경주 정상회담을 통해 통상·안보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향후 이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분야에선 대미 투자처 선정과 수익 분배 방식 등을 놓고,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 비핵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등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런 주요 쟁점에서 미국이 ‘동맹’ 관점이 아닌 ‘단기적 이익’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미·중 빅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한·미 동맹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른 신중한 대미 접근과 철저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게 오늘의 외교·안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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