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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부인에게 법관 인사 맡기고 사법부 독립 말할 수 있나

중앙일보

2025.11.25 07:36 2025.11.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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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정상화 태스크포스(TF)' 단장(가운데)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입법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당, 법원행정처 폐지 후 사법행정위 신설 추진



비법관이 절대 다수, 인사권 통해 재판 개입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25일) 입법공청회를 열고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주도한 개혁안에는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대법원 사건 수임 제한, 법관 징계 강화, 판사회의 실질화 등이 담겼다.

연내에 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법원행정처를 대신해 법관 인사 등을 담당할 사법행정위 신설이다. TF안에 따르면 위원 13명 중 9명을 비(非)법관으로 두면서 2명의 상임위원과 사무처장·차장직에서 현직 법관을 배제했다. 먼저 복잡한 법원의 인사 행정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이는 비상임 위원들이 제대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자칫하면 정치권의 비호를 받는 특정 세력이 위원회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구조라면 법관 인사에 외부 입김이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 인사를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서 잘나가던 검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나곤 한다. 이런 일이 법원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치 검사’에 이어 ‘정치 판사’가 양산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법부는 다수가 환영하지 않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직하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하는 대통령이나 입법부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은 그제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도 다시 꺼내들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전담 재판부는 당연히 설치한다. 국민의 명령이다.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란 전담 재판부는 헌법적 근거가 부족한 데다 재판부의 무작위 배당이라는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재판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중계되면서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법원을 불신하고 헌법의 틀에서 벗어나는 조치를 언급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사법부를 적절히 견제할 필요는 있겠지만, 이것이 과도하면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연내 통과 목표를 정해놓고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다만 사법부도 불신을 받게 된 이유를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치가 양극화될수록 사법부를 향한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사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 재판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는 대책을 스스로 마련하기 바란다. 아울러 전관예우 방지나 비위 판사의 징계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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