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발사를 앞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대에 똑바로 서는 기립 작업을 마쳤다. 25일 우주항공청(우주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이날 오후 1시36분 누리호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대에 기립 및 고정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날 오전 9시 특수 제작된 무진동 차량에 실려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에서 밖으로 나왔다. 당초 오전 7시40분부터 이송을 시작하려 했으나, 비가 내리면서 미끄러짐 등을 우려해 일정이 지연됐다. 오전 10시42분 발사대에 도착한 누리호는 기립 장치인 ‘이렉터’에 실려 발사패드에 수직으로 세워졌다. 발사체 아랫부분은 4개의 고리가 달린 지상고정장치(VHD)를 이용해 단단히 고정했다. 발사 직전, 엔진이 최대 추력에 도달하면 고정은 해제된다. 오후에는 누리호에 전원 및 추진제(연료·산화제)를 공급하기 위한 ‘엄빌리칼’(공급라인) 연결과 기밀 점검 등이 진행됐다. 항우연 측은 “기상 상황 등의 이유로 예정된 작업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26일 오전까지 추가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주청은 26일 오후 늦게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기술적 준비 상황, 기상 조건,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해 누리호의 최종 발사 시각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27일 0시55분 발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1~3차 발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처음으로 야간 발사에 도전한다.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오로라 측정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태양빛이 약한 시간대에 600㎞ 상공의 태양동기궤도까지 진입해야 해서다. 어두운 환경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작업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시간대라는 점은 부담이다. 발사 당일 기상 조건과 기술적 변수 등도 관건이다. 누리호는 앞서 2021년 1차 발사에 실패했고, 2차(2022년)와 3차(2023년) 발사는 기술적 문제로 1~2차례 일정이 연기됐으나 최종적으로는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4차 발사는 정부(항우연) 주도로 진행하던 앞선 발사와 달리, 민간기업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의 신호탄이라는 의미가 있다. 민간 체계종합기업(우주발사체 등 대형 시스템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 구성품 참여업체 관리 등 발사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주관했다. 다만 발사 자체는 여전히 항우연이 주도한다. 내년과 내후년 예정된 5차, 6차 발사에서는 기업의 참여 범위를 발사 과정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