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범정부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설치를 거부하기로 의결한 건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 때문인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하지만 인권위는 헌법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면서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24일 오후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TF 구성 반대 안건 상정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즉석 질의에서 시작됐다. 안 위원장은 이날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이날 전원위원회에 참석해 해당 의결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권위엔 헌법존중 TF 관련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상태”라며 “그런데 인권위가 TF를 설치한다면 모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존중 TF가 ‘중복 감사’란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국회 요구로 내란 관련 부적절 행위를 이유로 감사원의 인권위 감사가 몇 달째 진행 중인데, 법률에 따르면 중복 감사는 금지됐다”면서 “TF 설치는 중복 감사”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인권위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헌법존중 TF는 대통령 직속 기관·독립기관을 제외한 48개 중앙행정기관이 기관 내 헌법존중 TF를 구성했다. 다만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독립기관은 자율적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하지만 안건 의결 뒤 인권위 사무처에서 “구두 발의는 절차상 흠결이 있다”고 보고하면서 인권위는 헌법TF 설치 안건을 다음 전원위원회에서 다시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