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사법 개혁안 초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초안을 공개했다. 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의견 수렴을 추가로 거친 뒤 당론으로 추진해 올해 내에 통과하는 게 목표”라며 “이번 개혁안은 사법행정 정상화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개혁안에 따르면 위원장 1명, 상임위원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는 사법행정위는 법원행정처를 대신해 법관 인사·징계는 물론 법원의 예산·회계 등을 심의·의결한다. 법관의 전보 인사도 사법행정위가 심의·의결한 안건을 대법원장이 결정하는 구조로 바뀐다.
위원장 임명 방안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현직 비법관 출신 사법행정위원 7명 중 1명을 추천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안과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안으로 압축됐다. 상임위원 2명은 법관·검사가 아닌 위원 중 위원장이 추천해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된다. 13명 위원은 3년 임기에 한 차례 연임 가능하지만 법관·검사 출신은 연임할 수 없다.
사법행정위는 철저하게 비법관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13명 중 법관은 최소 4명, 최대 6명인 반면에 비법관은 최소 7명, 최대 9명이 될 수 있어 ‘비법관 과반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법관 위원은 ▶대법원장 지명 법관 1명(대법원장이 위원장을 겸임하면 지명권 없음)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법관 1명 등으로 구성된다. 헌법재판소장과 법무부 장관도 별도의 신분 제한 없이 1명씩 추천이 가능해 최대 6명까지 법관이 위원회에 합류할 수 있다. 비법관 위원은 ▶대한변협·지방변협 등이 공직에서 물러난 지 2년이 지난 비법관 출신 인사 각 1명과 2명 등을 추천한다.
사법행정위 신설은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대대적 개편으로 평가받는다. “판사는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법원조직법(41조)에 따라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의 최종 권한을 갖고, 실무를 엘리트 판사 조직인 법원행정처가 맡는 현 제도를 뿌리째 뒤흔드는 개편이라서다. 2019년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분산하겠다며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를 추진했지만, 위원장을 대법원장이 맡고 자문기구였다는 점에서 이번에 비하면 온건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사법행정위원장을 비법관 출신 외부 인사가 맡고, 심의·의결 과정에 대법원장이 참여하지 못할 경우 대법원장의 법원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 권한은 인사·예산이 거의 전부”라며 “존중은 받되 실권이 없는 영국의 국왕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이 밖에 ▶대법원장 비서실장의 비법관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인력 확대(10명→13명) 및 구성 다양화 ▶퇴직 대법관 5년간 대법원 사건 수임 제한 ▶판사회의의 법원장 후보 선출제 등도 추진한다. 법원행정처 소속 윤리감사관은 윤리감찰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법원 출신을 제외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