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초식 상관없이 모든 동물이 평화롭게 사는 최첨단 도시, 사랑스럽고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따뜻한 메시지.
2016년 전세계에서 10억 달러(1조 4720억 원)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리고,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9년 만에 돌아왔다.
26일 개봉하는 '주토피아2'(자레드 부시·바이론 하워드 감독)는 동물들의 낙원 주토피아의 첫 토끼 경찰 주디(지니퍼 굿윈)와 사기꾼 출신 여우 닉(제이슨 베이트먼)이 경찰 콤비가 되면서 시작한다.
포유류만 사는 줄 알았던 주토피아에 100년 만에 뱀 게리(키 호이 콴)가 나타나면서 도시가 충격에 빠진다. 주디와 닉은 지명수배자 게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탄생과 관련한 거대한 미스테리에 휘말리게 된다.
주토피아를 만든 링슬리 가문의 도련님으로 주디의 팬을 자처하며, 수사를 돕겠다고 나서는 스라소니 '포버트'의 속내 또한 의뭉스럽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은 주디와 닉, 둘의 관계다. 전편의 활약에 힘입어 정의감 넘치는 경찰로 성장한 주디, 과거(사기꾼)와 현재(경찰)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닉. 둘의 관계는 새로운 모험과 도전 앞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수사에) 목숨 걸 필요는 없잖아"라는 닉에게 주디는 결의에 찬 말투로 말한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야." 현실주의(닉)와 이상주의(주디),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둘은 충돌하고 갈등을 겪지만, 서로를 아끼며 함께 성장해간다. 용기 내어 털어놓는 진심은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 된다.
영화는 음모를 파헤치는 추리물인 동시에, 두 주인공의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관계 회복의 드라마다.
공간 배경도 전편에 비해 훨씬 화려하고 다양해졌다. 1편에서 고향을 떠난 주디가 주토피아로 향할 때 기차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주토피아의 여러 구역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반수생(半水生) 동물이 서식하는 습지 마켓, 광활한 모래언덕, 절벽이 늘어선 고지대, 툰드라 타운 등 새로운 공간에 특유의 질감과 공기, 습기까지 담아낸다. 지하 터널을 통과하는 고속 추격전 등 액션 시퀀스는 역대 애니메이션에서 손에 꼽을 만큼 짜릿한 스릴감을 안겨준다.
이번 작품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는 최다 규모인 67종, 178마리의 동물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토피아의 새 시장이 된 말 '윈드 댄서', 정보원 도마뱀 '헤수스', 닉과 주디의 조력자인 비버 '니블스', 바다코끼리 '러스' 등 새로운 캐릭터는 물론, 나무늘보 '플래시', 경찰서장 '보고', 조직 보스 '미스터 빅'과 그의 딸 '프루프루' 등 전편의 신스틸러들도 대거 등장한다.
1편에서 'Try Everything'으로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팝스타 가젤(샤키라)은 이번엔 에드 시런이 작사·작곡한 신곡 'Zoo'를 선보인다.
사회적 메시지 또한 확장됐다. 초반에 어둠의 존재로 그려지는 게리는 주토피아 공동체 전체가 외면하고 살아온 중요한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왜 파충류들은 도시 밖으로 밀려나게 됐나?'
게리 목소리를 연기한 키 호이 콴은 "살모사라는 편견과 낙인 속에 살아가지만 장난기 많고 따뜻한 심장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1편에서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편견과 차별의 벽을 허물었던 영화는 이번엔 새로운 반전을 통해 편견이 어떻게 시스템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아가는지 보여준다. 이를 통해 경계선 밖의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인간 세계를 예리하게 풍자한다.
그리고 토착 원주민을 경계선 밖으로 몰아낸 미국의 아픈 과거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추방과 배제, 차별과 혐오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모양이 제각각인 조각들이 함께 모여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는 퍼즐 같은 이야기"(지니퍼 굿윈), "우리는 모두 다르고, 다른 게 아름답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때 더 나은 세상이 될 것"(키 호이 콴) 등 출연진의 말처럼 영화의 지향점은 '공존'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각자의 가치를 존중할 때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는 메시지는 분열과 대립이 점점 깊어져 가는 현실 세계에 큰 울림을 전한다.
스토리 텔링과 캐릭터의 핵심적인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더욱 포용적이고 예리해진 메시지. '주토피아' 시리즈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점점 더 진화해가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