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의 성균관대 양자공학 연구실. 김준기 양자정보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선이 복잡하게 얽힌 입자 제어 장치를 반복해서 가동하고 있었다. 전하를 띠는 입자의 운동 상태를 제어해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실험이었다. 김 교수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함께 안정적인 이온 포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 역학 이론이 정립된 지 올해로 100년째지만, 양자가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고작 20년 전”이라며 “기술 격차가 벌어지기 전인 지금이야말로 연구의 중요성이 높은 시기”라고 말했다.
2025 중앙일보 대학평가 교수연구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은 연구 역량을 토대로 굵직한 연구 과제를 수주한 곳이 많았다. 교수연구 부문 3위에 오른 성균관대는 지난해 총 5884억원을 수주해 2년 연속으로 교수당 외부 연구비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만 양자 연구로 4년간 73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한 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해 2차원 양자 구조체 연구(5년간 307억원), 디스플레이 특성화 사업(5년간 150억원), 환자맞춤형 면역항암치료 연구(7년간 95억원) 등 여러 프로젝트를 따냈다. 유필진기획조정처장은 “미 스탠퍼드대 같은 해외 유수 기관은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다학제 융합연구 조직으로 성과를 낸다. 우리도 학문·기관·국가의 경계를 넘는 융합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자체 투자(자체 연구비) 면에선 지역거점 국립대가 강세를 보였다. 전남대는 자체 연구비 288억원을 확보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교수당 자체 연구비 1위에 올랐다. 장규필 연구부처장은 “지역을 넘어 글로벌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모든 가용 자원을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199억원)는 지난해 4위에서 올해 3위, 제주대(98억원)는 32위에서 11위로 각각 순위가 상승했다.
연구 부문의 강자 중엔 우수 연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활발한 곳이 많았다. 국제학술지 논문당 피인용(FWCI) 1위 대학인 광운대(교수연구 부문 9위)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피인용된 횟수에 따라 해당 교수에게 지원금(1회당 5만원, 연간 최대 1000만원)을 준다. 네이처 등 최상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에겐 30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
세종대는 최근 3년간 기술료 수입이 263억8000만원에 달한다. 대학의 연구 결과가 산업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과학기술 교수당 기술이전 수입액(1위)과 기술이전 건당 수입액(2위)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세종대는 올해 교수연구 부문 8위에 올랐다.
영남대(교수연구 18위)도 연구의 양·질 모두 우수했다. 국제학술지 논문당 피인용과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지표에서 각각 3위, 5위에 올랐다. 이희용 기획조정처장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변화에 발맞춰 연구 지원 체계를 개편하고, 대학 내 연구 생태계를 발전시켜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대는 국제 공동 연구가 활발했다. 2020~2023년 전체 협업 논문(1923건) 중 해외 대학과 공동으로 연구한 논문(971)의 비중50.5%에 달해 국제협력 논문 지표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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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평가했나
올해로 33년째를 맞은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국내 유일의 종합 대학평가 경험을 바탕으로 지표를 더욱 정밀하게 손질하며 평가 체계를 강화했다. 국내 4년제 대학 190여 곳 가운데 교수 연구 실적, 신입생·재학생 충원 비율, 학과 구성 등을 고려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53개 대학을 종합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종합평가는 교수연구(10개·95점), 교육여건(12개·75점), 학생성과(10개·80점), 평판도(6개·40점) 등 4개 부문에서 총 38개 지표로 점수를 산출하며, 만점은 290점이다. 올해는 지난해 도입한 ‘졸업생 사회 영향력’의 인물 범위를 중앙일보 인물정보DB를 활용해 넓혔고, 창업 지표에는 최근 3년간 학생 창업 기업의 매출액을 포함해 질적 영향력을 반영했다.
학문분야 평가와 달리 종합평가에는 기업 인사담당자·고교 진학 담당 교사·학부모·고등학생 등 2400명을 대상으로 한 평판도 조사 결과가 포함된다. 특히 올해는 국가·지역사회 기여도와 향후 기여 가능성을 묻는 문항을 새로 넣어,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과 미래 기여도를 입체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