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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고향 안오고 국화는 고개 떨궜다…주인공 잃은 지역 축제들

중앙일보

2025.1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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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수온 상승과 이상 기온, 집중호우 등 기후 변화 영향으로 지역 특산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들 특산물을 앞세운 지역 대표 축제가 차질을 빚고 있다.

2014년 12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에 어민들이 갓잡은 대구를 위판장에 출하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구 없는 대구 축제’ 될라…20년 만에 축제 연기

최근 경남 거제시는 오는 12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18회 대구수산물축제’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2005년 첫 축제를 연 이후 1월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거제시는 대구 성어기(盛漁期·물고기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인 12월에 맞춰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자칫 ‘대구 없는 대구 축제’가 될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이 결정했다. 대구잡이 철이 다가왔지만, 어획량 감소가 예상되면서다.

행정·수산당국은 해수 온도 상승 등 환경 변화로 다음 달 대구가 고향인 거제 앞바다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 등에 따르면 찬물을 좋아하는 대구는 낮은 수온을 찾아 먼 바다에 살다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해역(주로 연안의 내만)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11월 말부터 대구 어장이 형성되는 탓에 ‘겨울 진객’으로 불린다.

그런데 25일 기준 거제 인근 바다 수온은 16~17도 수준으로, 대구 서식 온도인 5~12도보다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올여름 태풍 영향이 없어 바닷속에 점토가 쌓이면서 대구가 알을 낳기 좋은 자갈층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어민들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경남 거제에서 열린 '제17회 대구수산물축제' 홍보물. 자료 거제시


찬물 좋아하는데…산란할 바다 수온↑

국내의 주요 대구 산란지는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 사이 진해만이다. 특히 진해만과 맞닿아 대구 축제가 열리던 거제 장목면 외포항은 가장 큰 대구 집산지(集散地)다. 하지만 수년 사이 거제의 대구 위판량도 감소 추세다. 거제 수협 자료를 보면, 대구 위판량은 2021년 11월~2022년 3월 16만7922마리에서 이듬해 같은 기간 12만3842마리로 4만마리 넘게 줄었다. 그 다음 해엔 3만4001마리, 지난 겨울엔 1만368마리로 뚝 떨어졌다. 3년 만에 어획량이 약 94% 가까이 줄은 셈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대구 조업이 좋지 않았고, 올해도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수온이 더 내려가는 1월에 개최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거제어민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고수온으로 다음 달(12월) 중순은 돼야 대구가 잡히기 시작할 것 같지만, 어획량이 많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보라색 아스타 국화가 활짝 핀 전남 신안군 박지도 모습. 사진 전남 신안군 홈페이지


“폭염·폭우에 꽃 안 펴”…가을꽃 축제 줄줄이 연기

앞서 전남 지역에선 이상 기온으로 가을꽃이 피지 않아 지역 대표 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연기됐다. 전남 신안의 섬인 박지도의 대표 가을 축제인 ‘아스타(국화) 꽃 축제’는 아예 취소됐다. 신안군은 당초 지난 9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이 축제를 한 달 정도 미뤘었다.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로, 신안군이 박지도 정원에 심은 24만 그루의 아스타 국화가 제대로 피지 않아서다. 신안군이 이 축제를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개화가 늦어 축제를 연기했는데, 그래도 꽃이 안 피어 결국 축제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9월 중순쯤 열 계획이었던 ‘라일락 축제’도 라일락 고사율이 25~30%에 달해 내년으로 연기했다. 지난 8월 극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가 취소·연기를 검토했던 ‘강릉커피축제’는 가뭄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난달 30일 개최할 수 있었다.



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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