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수온 상승과 이상 기온, 집중호우 등 기후 변화 영향으로 지역 특산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들 특산물을 앞세운 지역 대표 축제가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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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없는 대구 축제’ 될라…20년 만에 축제 연기
최근 경남 거제시는 오는 12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18회 대구수산물축제’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2005년 첫 축제를 연 이후 1월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거제시는 대구 성어기(盛漁期·물고기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인 12월에 맞춰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자칫 ‘대구 없는 대구 축제’가 될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이 결정했다. 대구잡이 철이 다가왔지만, 어획량 감소가 예상되면서다.
행정·수산당국은 해수 온도 상승 등 환경 변화로 다음 달 대구가 고향인 거제 앞바다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 등에 따르면 찬물을 좋아하는 대구는 낮은 수온을 찾아 먼 바다에 살다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해역(주로 연안의 내만)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11월 말부터 대구 어장이 형성되는 탓에 ‘겨울 진객’으로 불린다.
그런데 25일 기준 거제 인근 바다 수온은 16~17도 수준으로, 대구 서식 온도인 5~12도보다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올여름 태풍 영향이 없어 바닷속에 점토가 쌓이면서 대구가 알을 낳기 좋은 자갈층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어민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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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좋아하는데…산란할 바다 수온↑
국내의 주요 대구 산란지는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 사이 진해만이다. 특히 진해만과 맞닿아 대구 축제가 열리던 거제 장목면 외포항은 가장 큰 대구 집산지(集散地)다. 하지만 수년 사이 거제의 대구 위판량도 감소 추세다. 거제 수협 자료를 보면, 대구 위판량은 2021년 11월~2022년 3월 16만7922마리에서 이듬해 같은 기간 12만3842마리로 4만마리 넘게 줄었다. 그 다음 해엔 3만4001마리, 지난 겨울엔 1만368마리로 뚝 떨어졌다. 3년 만에 어획량이 약 94% 가까이 줄은 셈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대구 조업이 좋지 않았고, 올해도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 수온이 더 내려가는 1월에 개최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거제어민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고수온으로 다음 달(12월) 중순은 돼야 대구가 잡히기 시작할 것 같지만, 어획량이 많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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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에 꽃 안 펴”…가을꽃 축제 줄줄이 연기
앞서 전남 지역에선 이상 기온으로 가을꽃이 피지 않아 지역 대표 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연기됐다. 전남 신안의 섬인 박지도의 대표 가을 축제인 ‘아스타(국화) 꽃 축제’는 아예 취소됐다. 신안군은 당초 지난 9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이 축제를 한 달 정도 미뤘었다.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로, 신안군이 박지도 정원에 심은 24만 그루의 아스타 국화가 제대로 피지 않아서다. 신안군이 이 축제를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개화가 늦어 축제를 연기했는데, 그래도 꽃이 안 피어 결국 축제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9월 중순쯤 열 계획이었던 ‘라일락 축제’도 라일락 고사율이 25~30%에 달해 내년으로 연기했다. 지난 8월 극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가 취소·연기를 검토했던 ‘강릉커피축제’는 가뭄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난달 30일 개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