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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다니는 고졸 김사원' 사라진다…10년새 비중 급감

중앙일보

2025.1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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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화'로 불리는 조성진 전 LG전자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 부회장. 뉴스1
2019년 용퇴한 조성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용산공고 기계과를 졸업하고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다. 이후 43년간 LG전자에서 근속하며 부회장직까지 올랐다. 학벌주의가 강한 사회 분위기에서도 실력 하나로 최고위 임원에 오른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고졸 신화’는 앞으로 점점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고졸 청년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한 청년층(15~29세) 중 ‘고졸 이하’ 학력은 10만2900명으로, 전체 대기업 청년층 가운데 20.6%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5년 10월(11만3700명·27%)보다 6.4%포인트(p) 줄어든 수치다. 2·3년제 전문대 졸업자를 의미하는 초대졸 학력도 같은 기간 20.5%에서 11.8%로 줄었다. 반면 대학원을 포함한 대졸 이상은 52.5%에서 67.6%로 늘었다.


김경진 기자
특히 규모뿐만 아니라 취업의 ‘질’도 과거보다 나빠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고졸 청년층의 상용근로자 비율은 2015년 79.9%에서 2025년 61.6%로 줄었다. 대기업 대졸 취업자의 93.7%가 상용 근로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대신 임시·일용 근로자 비율이 20.2%에서 38.4%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대기업에 취업하더라도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고졸 채용이 줄어든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고용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이 고졸 채용 문부터 닫기 시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에너지 기업은 최근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마이스터고 공채를 일시중단하기도 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환경 변화로 대기업에서 고졸 직무 수요가 크게 줄어든 점도 한몫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졸 공채 자체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수요가 적은 고졸 인력 채용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설립 취지와 달리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자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25.6%로, 4명 중 1명만이 취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대나 일반대로 진학하는 경우는 49.2%로, 절반에 가까웠다. 5년 전인 2020년 진학률(42.5%)보다 6.7%p 늘어났다.

다만 삼성 등 일부 주요 그룹에선 여전히 고졸 채용 전형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DS) 부문에서 고졸 제조직 공채를 진행했고, 지난 2007년부턴 삼성이 후원하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 1600여명을 특별채용해왔다. 삼성SDI도 현재 마이스터고 채용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연 2회 고졸 대상 생산직군 공채를 진행하는 한편, 연 1회 마이스터고 추천채용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장 중심의 생산과 설비 운영이 핵심인 철강업계에선 실무 적응력이 뛰어난 인재가 중요하다 보니 학력과 관계 없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직업계고 재학생의 대학 진학 비중이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기업 수요에 맞춰 직업계고 재학생에 대한 AI 활용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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