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13명 위원 중 최대 9명이 비법관으로 구성된 사법행정위에 법관 인사 등을 맡기는 법안을 공개한 데 대해 현직 행정처 판사가 “사법부 독립 침해로 인한 위헌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원행정처 폐지에 찬성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행정처는 같은 법률안(당시 이탄희 의원안)에 명확히 반대했다”고 하면서다.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이날 민주당 TF가 주최한 입법공청회에 직접 개인 자격으로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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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측 “비법관 구성 위원회의 사법행정, 위헌 우려”
이 심의관은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며 “따라서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더라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정치적·외부적 간섭 없이 사법행정의 핵심적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심의관은 “이는 ‘사법행정은 사법권 독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법관이 주로 담당해야 한다’는 국제판사협회 선언이고, 선진국의 국제적 사례”라고도 했다. 미국은 전원이 판사로 구성된 연방사법회의에서 사법행정권을 행사하고 외부 인사가 일부 참여하는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은 헌법에 회의체 설치가 명시돼있고, 과반은 법관이다.
특히 TF안이 사법행정위 위원 13명 중 최대 9명(약 70%)을 비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한 데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TF안에 따르면 대법원장(1명), 법원장회의(1명), 법관회의(2명)가 4명의 법관을 임명하고, 대한변협회장(1명), 지방변호사회 회장단 과반수(2명), 법학교수단체(2명), 법원노조(1명), 대법원장(1명)이 비법관 인사를 추천한다. 헌재소장(1명), 법무부 장관(1명)은 법관을 임명할 수도, 비법관을 임명할 수도 있다. 비법관 위원이 최소 7명, 최대 9명이 되는 셈이다.
이 심의관은 “무엇보다 사법행정위는 기존 법관인사위원회를 폐지하고 법관의 임명·연임·전보·보직·평정 등 인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보유한다”며 “비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위원회에 법관인사 권한이 집중된다면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의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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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주최 공청회서도 “대법원장 임명권 무력화 않도록 검토 필요”
이날 공청회에서는 TF안이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주현 대한변협 제2정책이사는 사법행정위 설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헌법 104조 3항은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대법관회의의 동의라는 헌법적 절차를 누락해서는 안 되며,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형해화하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위이 추천한 인사 임명을 대법원장이 거부할 수 있는지를 법률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법 독립을 떠나 합의제 기구가 효율적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 이사는 “합의제 기구가 갖는 일반적 비효율성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방안이 폭넓게 검토돼야 한다”며 “상임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복소연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사무장은 “법원이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할 때도 좋은 의견을 내고 열심히 일하기가 버거울 수 있는데, 2~3년 하는 외부 위원이 사법부 제도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법원 내부의 법관·법원공무원·전문가가 위원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헌 지적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 해석상 사법행정권도 사법권에 포함된다고 하셨는데 그렇지 않다”며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권’을 사법권으로 보는 게 다수설”이라고 했다. 서채완 민변 사법센터 간사는 TF안에 찬성하며 “비법관 구성원 참여를 장려하지만 정치인, 국회의원, 행정기관 구성원은 배제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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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 “행정처의 지원 기능 부실해지면 재판도 공백 우려”
이날 발표된 TF안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법원행정처 폐지로 재판 지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현직 고법판사는 “최근은 특히 법원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고 사법행정 기능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대법원장 권한을 축소한다는 이유로 재판 지원 기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재판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행정부의 대통령령·총리령 제정권 등 입법 기능이 존중되고 국회의 행정 기능이 독립돼 있듯, 사법부의 행정 기능도 마찬가지”라며 “사법행정을 다른 기관이 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전현희 TF단장은 공청회 내용을 반영해 이번 주 내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가능하면 당론 추진해 올해 안 통과를 목표로 한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