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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미래다] “AI 시대, HI 교육으로 인간다움 가르친다”

중앙일보

2025.11.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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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학교

환경·문화로 ‘정직’ 배우는게 교육
학생의 가치관·삶 방향 형성 도와

미네르바와 공동 교육 과정 개발
글로벌 현장서 사명의식 등 키워

한동대 최도성 총장은 “AI 시대, 대학은 정답 너머의 의미를 분별하고 사람을 향한 길을 볼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한동대]
인공지능(AI)이 대부분의 질문에 답하는 시대, 학생들은 스스로 사고하기보다 AI 결과를 받아 적고, 때로는 그 흔적을 지우는 기술까지 익히고 있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벌어진 AI 기반 부정행위는 단순한 기술 오용이 아니라 정답·속도 중심 교육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오늘의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이에 대해 한동대학교 최도성 총장은 “AI 시대의 대학 교육은 정답이 아닌,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가르쳐야 한다”며 “한동대가 ‘전인지능’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30년간 지켜온 ‘인간을 세우는 교육’

최 총장이 제시하는 ‘전인지능(HI·Holistic Intelligence)’은 인간 고유의 역량을 ▶도덕지능 ▶융복합지능 ▶디지털지능 ▶공헌지능 등 네 가지로 묶는다. 최 총장은 “AI는 정보를 계산하고 정리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의미를 성찰할 수 없다”며 “전인지능 교육은 ‘왜 그 답을 선택하는가’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가’를 묻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발생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논란은 학생만의 일탈이 아닌,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린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최 총장은“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만을 교육의 기준으로 삼는 한 AI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대학은 다시 ‘어떤 사람을 길러내려 하는가’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인지능(HI)은 한동대가 지난 30년 동안 실천해온 교육철학의 확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감독 양심시험’이다. 교수는 교실을 비우고, 학생들은 스스로 양심을 지켜 시험을 치른다. 이는 정직을 ‘말’이 아닌 ‘환경과 문화’로 배우게 하는 교육이다.

한 한동대 졸업생은 최근 입사 면접에서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에 “정직”이라고 답했다. 이 일화는 전인지능(HI) 교육이 학생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실제로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결실이다.

한동대의 교육은 정직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무전공 입학 제도는 학생을 성적이나 계열로 규정하는 대신 스스로 적성과 소명을 찾도록 돕는다. 전교생 기숙 공동체는 더불어 사는 삶과 돌봄의 문화 속에서 인간다운 성장을 경험하는 공간이다. 또한 ‘배워서 남 주자’라는 한동대의 교육 문화는 지식을 개인의 성공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와 세상을 향한 섬김의 자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한동대가 30년간 실천한 교육은 지식을 넘어 사람을 세우는 교육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졌다. 인간다움은 정보·속도·정확성이 아니라 관계·경험·공동체·섬김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의 인간다움 ‘미네르바·GRP’

AI로 대체할 수 없는 배움이 있다. 바로 사람과 장소, 공동체와 현실의 문제를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다. 한동대는 UNITWIN(UNESCO 고등교육 네트워크)·GEM(Global Engagement & Mobilization)·GMI(Global Mission Institute) 등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현장 기반 글로벌 교육의 토대를 마련해 왔으며, 학생들이 세계 곳곳에서 실제 문제를 발견하고 배움을 ‘지식’이 아닌 ‘실천’으로 확장하도록 도왔다. 이러한 철학이 있었기에 한동대는 AI 시대에 필요한 글로벌 교육모델을 확장할 수 있었다.

한동대는 미네르바 대학 프로젝트와 아시아 최초로 교양·핵심역량 공동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미네르바 대학은 일곱 개의 나라에 거점을, 샌프란시스코에 본 캠퍼스를 둔 미래형 학교 모듈로, 모든 학생은 샌프란시스코·서울·타이페이·베를린·부에노스아이레스·하이데라바드·도쿄를 여행하며 해당 도시의 문제를 마주해 글로벌적 관점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힌다.

미네르바 설립자 벤 넬슨(Ben Nelson)의 한동대 방문을 계기로 협력이 본격화됐고, 창의성·비판적사고·소통·협업(4C)을 강화하는 글로벌 교양 과정이 도입됐다. 이 과정은 정답보다 생각의 깊이와 질문하는 힘을 평가하며, 토론·문제 재정의를 통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고력과 소통 역량을 기른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반 수업에서 복잡한 사회문제를 분석해 해결안을 제시하며, 글로벌 쇼케이스를 통해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학습 성과를 공유한다. 또한 한동대는 ASU(애리조나주립대)와의 협력을 통해 연구·교육 전반에서 국제 교육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한동대 글로벌 로테이션 프로그램(GRP)은 전 세계 현장을 교실로 확장한 문제 해결형 글로벌 교육 모델이다. 학생들은 5~10명 단위의 팀을 꾸려 국내외 현장에 체류하며, 지도교수와 함께 2주에서 한 학기 이상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한동대는 전 세계에 글로벌 익스텐션 캠퍼스를 구축했다. 교환협정을 맺은 대학, NGO, 글로벌 기업의 교육 공간 및 시설을 활용해 빈곤·환경·보건·법·기술윤리 등 AI가 다룰 수 없는 주제들을 현장에서 직접 탐구하게 된다.

2025년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가뭄 환경에서 벼가 발아하도록 돕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생명과학부 학생들은 볍씨 특수 코팅 기술을 개발하고, 기계공학부 학생들은 파종 전용 기계를 제작했으며, 전체 연구·실험 과정은 필리핀 국제벼연구소(IRRI)에서 이뤄졌다. 단일 전공이 아닌, 다학제 팀이 글로벌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한 대표 사례다.

이처럼 학생들은 전공 지식을 실제 글로벌 현장에서 문제 해결 도구로 사용하고, 협업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사명의식과 공감능력을 키우며, 지식·기술을 넘어 사람과 공동체를 중심에 두는 전인지능을 배우게 된다.

한동대학교 최도성 총장은 “AI가 모든 정답을 말해주는 시대, 대학의 사명은 정답 너머의 의미를 분별하고 사람을 향한 길을 볼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라면서 “한동대의 다음 30년은 지식의 시대를 넘어 지혜의 시대로 나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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