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이 새로운 사회 구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인구 감소 지역은 89곳, 인구 감소 지수가 높은 관심 지역은 18곳에 이른다. 농촌진흥청이 국민 13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도시 소멸 지역의 세대 단절은 인구 감소로 인해 더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지역 소멸 문제를 풀어낼 대안으로 도시농업에 주목했다. 그리고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발굴·개선하는 행정안전부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에 참여했다. 도시농업(식물, 공간)을 매개로 지역 주민이 마을을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도록 거점 공간에 텃밭정원을 만들고, 거점시설로 사람을 유도하는 골목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은 모든 세대가 다 모이길 바란다는 뜻을 담아 ‘다모이길’로 이름 붙였다. ‘다모이길’ 조성 시 고령층은 식물 재배 지식을 나누고, 청년층은 방치된 담장에 그림을 그리고, 아동층은 물을 주고 체험하며 윗세대의 지식을 습득하는 등 세대별 역할을 부여했다. ‘다모이길’은 ▶도라지꽃 활용 꽃다발 만들기 ▶걸이용 화분 만들기 ▶화분 나눔 음악회 등으로 주민들이 교류하는 공간이 됐으며 특히, ‘다모이길’ 텃밭정원에서 수확한 식물을 꺾꽂이해 마을 카페에서 판매함으로써 거점시설 운영비까지 충당하도록 했다.
그 결과, 45명에서 14명까지 감소했던 공동체 활동 인원은 디자인단 활동 중 다시 18명까지 늘었다. 디자인단 활동이 종료된 후에도 공동체의 고령층이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분갈이 체험을 진행하는 등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세대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주민의 93%는 “앞으로 다모이길 사업이 확대된다면 참여하겠다”며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이 건물, 공동체를 설립하는 하드웨어 측면에 집중됐다면, 도시농업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설립된 하드웨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다. 특히, 도시농업은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직무대리는 “인구 감소 관심 지역에서 진행한 이번 사업으로 도시농업 기술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가능성을 봤다”며 “중소도시 공간을 개선하는 도시농업기술은 단순히 미관을 향상하는 일회성 기능에 그치지 않고 텃밭과 같은 활동으로 공동체를 복원해 지속해서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