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심판협의회가 만든 억지 인종 차별의 피해자가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코치는 심리적 부담을 이유로 시즌 종료 후 사임을 떠난다. 심판협의회가 한국 축구에 또 하나의 망신살과 '척사비'급 낙인을 세겼다.
전북은 25일 구단 공식 소셜 미디어 등 공식 채널을 통해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타노스 코치에 대해 내린 징계 결정과 그 배경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의 후반 추가시간 항의 과정에서의 '인종차별적 행동'을 인정해 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20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사건은 지난 8일 열린 전북과 대전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 발생했다. 타노스 코치는 판정에 항의하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다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KPFRA)가 문제 삼는 건 이 과정에서 나온 타노스 코치의 제스처다. 그가 김우성 주심을 바라보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제스처인 두 눈 찢기를 했다는 것.
KPFRA는 즉각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인종차별로 규정하고, 강력 항의했다. 빠르게 성명서를 발표해 "심판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축구계 전체의 윤리 및 인권 존중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전북과 타노스 코치는 제대로 보라는 항의성 제스처였을 뿐 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상벌위는 판단은 인종차별이었다. 검지 손가락을 눈의 중앙에 댔다가 가장자리로 당기면서 눈을 '얇게' 뜨는 모습이 보이며 이러한 제스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의 외모를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되는 '슬랜트아이(slant-eye)'라는 것. 이미 여러 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를 받은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상벌위는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그 행위자가 주장하는 본인의 의도보다는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경멸적, 모욕적 행위 여부는 행위의 형태 그 자체와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 기준이 되어야 하고, 행위자가 어떤 의도로 그 행위를 하였는지는 부차적인 고려 요소라는 이야기다.
정황 근거도 덧붙였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의 진술서와 당시 영상 등을 종합해 고려한 결과 그가 해당 행동 전후로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을 질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했을 때 인종차별에 더욱 힘이 실린다는 것.
하지만 심판진과 상벌위를 제외한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눈을 당긴다고 볼 수도 있지만, 원래 배속으로 보면 눈가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가 떼는 행위에 가깝기 때문. 타노스 코치가 외친 'racista(라시스타)'라는 발언도 인종차별의 증거라기보다는 연이은 판정 논란에 대한 항의라고 봐야 한다.
당연히 역풍이 불고 있는 상황. 올해 역대급으로 넘쳐 났던 오심 행진과 심판의 권위주의까지 겹치면서 반발이 거세다. 이전부터 제기돼 오던 외국인 선수와 외국인 지도자 길들이기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전북 팬들과 선수들은 곧바로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전북 공식 서포터즈 연합 'MAD GREEN BOYS(MGB)'는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만행을 규탄한다"라며 "심판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인종차별 프레임’을 당장 걷어치워라. '내로남불’ 심판 권위주의를 등에 업은 폭압적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분노했다.
선수 이승우까지 입을 열었다. 그는 2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타노스 코치님과 함께하면서 느낀 점은 확실하다. 그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번 결과는 내게도 정말 마음 아프다. 한국을 사랑하고 존중했던 사람에게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얼마나 큰 충격과 실망으로 다가왔을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구단은 타노스 코치가 사건 직후부터 "특정 인종이나 집단을 향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주장해왔음을 강조했다. 이어 "경기 영상, 코치 진술, 팀 내·외부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인종차별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팬들과 이승우의 발언은 얼마나 심판협의회의 주장이 편협한지 보여준다. 전북이 이번 시즌 수상한 오심에 시달렸다는 것을 배제하더라도 누가 봐도 항의의 일종이던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심판협은 아예 처음부터 '인종 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프레임을 뒤집어 쓰게 만들었다.
심판협이 인종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조차 매우 어설프다. 단순히 '똑바로' 보라고 화면에서 손을 눈에 가져다 대던 장면을 근거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화가 나서 '너 인종 차별 한거야?'라고 항의하던 타노스 감독의 멘트를 그가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21세기 축구에서 글로벌화는 필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k리그에서 심판들이 앞장서서 외국인 선수와 감독 코치에 대한 입지를 제거하기 위해 억지로 인종 차별 프레임을 만들고 자신들의 권위를 무소 불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축구는 전북의 조기 우승을 이끈 포옛 사단의 핵심 수석 코치를 잃게 됐다. 전북 구단에 따르면 타노스 코치는 최근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해왔고, 깊은 고민 끝에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기로 했다.
타노스 코치는는 입장문에서 "수많은 나라에서 함께 일해왔고 문화·인종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단 한 번의 오해로 인종차별 행위자로 낙인찍힌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면서 "축구인으로서 존중과 평화, 법 앞의 평등이 보장되는 곳에서 이어가야 한다"라며 "슬픈 마음으로 떠나지만, 구단·선수·팬들의 응원에 감사드린다. 잊지 않겠다"라고 남겼다.
전북은 "타노스 코치가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머무르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상벌위 결정이 사실관계와 의도에 대해 다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심을 통해 보다 균형 잡힌 판단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심판협은 K리그에서 나오는 수많은 오심에 대해서는 '인정'과 '어쩔 수 없는 현장의 어려움'이라면서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자신들과 관대한 모습과 달리 외국인 코치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인종 차별' 프레임을 만들면서 자신들의 권위 수호에 나섰다.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 외인 코치에게 엄격한 기준의 1/10분만큼이나 심판들에게 적용해서 자정 작용이 이뤄지는게 우선 아닐까?.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