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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판 아이돌화' 구단들 모르게 유료 소통앱? 선 세게 넘은 리코의 만행...야구판 '상왕'이 되고 싶었나

OSEN

2025.11.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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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민경훈 기자] 14일 오후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그랜드볼룸 한라에서 장현석 LA 다저스 입단식이 열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마산 용마고등학교 투수 장현석이 지난 8일 LA 다저스와 계약금 90만 달러(약 11억 8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8.11 /rumi@osen.co.kr

[OSEN=민경훈 기자] 14일 오후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그랜드볼룸 한라에서 장현석 LA 다저스 입단식이 열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마산 용마고등학교 투수 장현석이 지난 8일 LA 다저스와 계약금 90만 달러(약 11억 8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8.11 /[email protected]


스포디 어플 사과문

스포디 어플 사과문


[OSEN=조형래 기자]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선을 너무 세게 넘었다. 일개 에이전시가 야구판의 ‘상왕’으로 군림하려고 한다. 이제는 KBO와 구단들도 더는 좌시하지 않을 분위기다.

홈페이지 기준,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60여 명의 프로야구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대표 이예랑)는 논란을 자초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선수들을 활용해 소통 어플리케이션을 개설했는데 과정이 논란을 불 지폈다. 

이 어플은 팬들이 일정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리코가 보유한 선수들과 1대1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다. 유료 멤버십 혜택으로 선수가 직접 올리는 멤버십 전용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고, 선수 응원 포스트 작성, 선수와 1대1 DM 등을 소개했다. 아이돌 그룹들이 활용하는 유료 소통 플랫폼과 비슷한 구조다. 

임찬규(LG), 김주원(NC), 이의리(KIA, 원태인(삼성) 등이 이 소통 앱의 전면에 등장한다. 야구 팬들과 선수들 간의 소통을 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소통 과정이 생략됐다. 

스포디 홈페이지 캡처

스포디 홈페이지 캡처


KBO와 각 구단들, 그리고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과 논의 과정이 아예 생략돼 있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리코 에이전시가 출시한 소통앱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이제는 그 존재를 알게 됐지만, 어떻게 운영이 되고 유료 멤버십 수입에 대한 선수들과의 수익 분배 등은 선수 당사자들도 제대로 모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O와 구단, 그리고 선수협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 모두 뒤늦게 리코 에이전시가 출시한 어플을 파악했고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초상권, 퍼브리시티권 등의 권리 침해의 요소도 있었다. 

만약 이 어플이 활성화 됐다면 ’야구판의 아이돌화’, ‘야구 선수들의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올해는 사상 첫 1200만 최다 관중까지 돌파한 프로야구의 대호황의 이유로 여성 팬들의 대거 유입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여성 팬들의 대거 유입과 함께 아이돌 세계의 문화들이 야구계에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스포디 홈페이지 캡처

스포디 홈페이지 캡처


자신의 ‘최애’ 아이돌의 팬사인회, 팬미팅에 참가하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을 써야 하는 아이돌계의 문화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야구계는 ‘가성비’의 끝이다.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출퇴근길, 혹은 2군 구장에서 자신의 ‘최애’ 선수를 손쉽게 만날 수 있고 선물도 전달할 수 있다.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선수의 사생활에도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 

‘야구판의 아이돌화’에 현장 지도자들과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성 팬들의 유입과 증가에 모두가 감사해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돌 세계의 문화가 야구판에 과도하게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 선수에게 팬서비스는 기본이지만 야구보다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현장과 구단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스포디 홈페이지 캡처

스포디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 어플의 출시는 야구선수들을 구단과 상의도 없이 상품화 하겠다는 ‘선을 넘는’ 발상이었다. 유료 멤버십을 구독한 팬들을 위해 선수들은 어플 소통에 신경 써야 하고 야구보다 우선이 될 수도 있었다. 당연히 성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KBO와 선수협, 그리곡 각 구단들은 리코 에이전시의 소통 어플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온 뒤 급히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리코의 ‘선 넘는’ 행태에 제동을 걸고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다.

결국 리코 에이전시는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어플의 서비스를 중지한다고 공지하면서 사과문을 게재했다. 리코 에이전시는 ‘최근 서비스와 관련해 팬 여러분과 구단 관계자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며 ‘서비스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한 검토와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불편과 우려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합니다’고 전했다. 

이어 ‘팬 여러분과 관계자분들께서 주신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해당 서비스는 무기한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멤버식 구독을 비롯해 결제하신 모든 금액은 전액 환불해드리겠습니다. 환불 절차는 개별 안내를 통해 신속히 진행하겠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우려를 드린 팬 여러분과 불편을 겪으신 선수분들, 그리고 구단 및 관계자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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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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