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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형 비자 49명 첫 입국…울산 조선소 일할 베트남 용접공들

중앙일보

2025.11.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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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숙사로 퇴근하고 있는 모습. 김윤호 기자
울산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울산 광역형 비자' 사업이 첫 결실을 냈다. 광역형 비자를 통해 외국인 기술 인력이 실제 입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는 26일 "이날 오전 베트남 근로자 49명이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선업에 투입될 용접 기능 인력으로,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배치돼 울산 동구 조선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울산시는 지난 7월 HD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들과 베트남 현지로 가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공개모집으로 지원자를 받은 뒤 용접 실기 평가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49명을 선발했다. 지원자는 자국의 현지 인력양성센터에서 직무, 한국어, 한국 문화 등을 공부(3~6개월)한 이력을 가졌다.
지난 4월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관련 브리핑하는 법무부. 연합뉴스

울산시는 지난 5월 법무부로부터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지자체로 선정됐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조선업 현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광역형 비자는 해외에서 미리 조선 기술 인력을 양성한 뒤 울산 지역 조선소에 2년여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법무부가 비자를 발급하되 울산시장이 추천해 개별 쿼터를 받는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다. 이번에 입국한 베트남 인력 49명은 모두 E-7(기능인력) 광역형 비자로 들어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 절차를 마친 뒤 HD현대중공업 측이 마련한 버스를 통해 울산으로 이동한다. 울산시는 한국 생활을 위한 기본 안내 교육을 진행하고, 범죄 예방 목적의 관제센터 현황도 소개할 방침이다. 한국 화폐 단위 등 기본 경제 교육도 예정돼 있다. 27일엔 울산경찰청이 법규 준수 교육을 하고, 실제 조선소 근무는 협력업체 배정이 완료되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광역형 비자 근로자들 입국을 시작으로 다음달 태국 인력 28명, 우즈베키스탄 인력 19명 등 추가 입국이 이어질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법무부에서 받은 울산 광역형 비자 시범 쿼터(440명)의 광역형 비자 인력을 도입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광역형 비자와 별개로 '해외 기술 인력 양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울산 조선업체들이 숙련 외국인 기술자를 안정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7월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시행된 글로벌 기술 인재 양성사업 1기 수료생 97명이 교육을 마치고 울산 지역 조선소에 배치됐다. 시는 연말까지 우즈베키스탄·베트남·태국 등에서 230명의 기술 인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역 내에서 외국인 근로자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도 존재해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조율도 필요할 전망이다.
울산 동구 주민단체 '제5회 동구 살리기 주민대회 조직위원회'가 2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를 확대하는 '광역형 비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울산시

실제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소가 있는 울산 동구를 중심으로 울산 광역형 비자 확대에 반대하는 주민 움직임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급증하면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와 임금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다. 울산 동구 주민단체인 '제5회 동구 살리기 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2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직위는 "동구에는 조선업 상시 고용 인원 30% 외국인 도입 허용에 따라 이미 70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현대중공업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이 비율을 더 확대할 경우 최대 1만2500명까지 이주노동자로 채워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조직위는 광역형 비자 확대에 반대하는 주민 6500여 명의 서명부를 울산시와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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