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북 부안군 공무원 4인은 지난 2019년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을 출장으로 다녀왔다. 이들이 복귀해 제출한 보고서의 제목은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였다. 하지만 영국은 105년에 세계잼버리를 개최했으며, 프랑스는 잼버리가 개최된 적이 없다.
행정안전부, 외유성 출장 방지 대책
지방의회 의원의 이런 외유성 출장을 방지하기 위해 출장 사전·사후 검토 절차가 한층 강화된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 개정안을 전국 지방의회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지방의회의원 국외 출장 실태점검 결과 지방의회 의원의 단순 외유성 출장을 다수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1일 1기관 방문 ▶출장계획서 사전공개 ▶출장 후 심사위원회 심의 등 사전·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규칙 표준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 공무출장에서 외유성 일정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판단이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계속되는 관례적 외유성 공무국외출장에 대한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언론의 비판·우려가 나온다”며 “특히 2026년 지방의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관행적 외유성 공무국외출장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우선 공무국외출장시 출장 사전검토 절차를 강화했다. 지방의회의원 임기가 1년 이하 남은 경우, 국외 출장은 ▶외국정부 초청 ▶국제행사 참석 ▶자매결연 체결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한다.
일반 국외 출장은 긴급성이나 출장 결과 활용 가능성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지방의회 의장이 허가하도록 규정했다. 의장은 국외 출장 허가 검토서를 누리집에 공개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장 심의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역할도 강화했다. 지금도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엔 지방의회 내부인보다 외부 전문가가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개정안엔 주민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1개 이상의 시민단체 대표·임원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출장 후 사후관리 방안도 엄격해졌다. 징계처분 등을 받은 지방의회의원은 일정 기간 국외 출장을 제한한다. 또 출장 후 공무국외출장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심사위원회가 출장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지방의회가 감사하거나 조사를 의뢰해야 한다. 감사·조사 결과에 따라 사안이 심각한 경우 지방의회 의원을 수사 의뢰하거나 징계하는 등 합당한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지방의회 직원이 지방의회 의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의회 직원 보호 방안을 강화했다. 공무국외출장시 ▶특정 여행업체를 알선하거나 ▶직원에게 출장을 강요하거나 ▶회계관계 법령 위반을 요구하는 등 지방의회의원의 위법·부당한 지시는 직원이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의원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인사·평가 등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출장에 동행한 직원에게 비용을 갹출하거나 심부름·회식을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외유성 출장, 징계나 수사 의뢰까지
다만 이번 조치가 ‘권고’ 수준이라는 점은 한계다. 이에 대해 김민재 차관은 “지방자치는 지방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원칙인데, 정부가 ‘하세요, 마세요’하는 건 지방자치와 배치되기 때문에 권고 형식을 취했다”며 “다만 이번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시도의회의장협의회·시군구의장협의회와 사전에 협의했기 때문에, 이번 권고안을 지방의회가 스스로 조례·규칙 등에 반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후에도 위법·부당한 공무국외출장을 지적받은 지방의회는 지방교부세나 국외 여비를 감액하는 등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방의회 의원들의 공무국외출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워크숍을 실시할 예정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의회가 주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단순 시찰 위주 외유성 연수를 방지할 수 있는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지방의회가 주민 눈높이에 맞는 역할·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