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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고 보니 20대 청년들” 캄보디아 피싱 조직 총책 등 검거

중앙일보

2025.11.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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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피싱 조직 총책인 26살 A씨가 지난 15일 국내로 송환되는 모습. [사진 대구경찰청]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64억원대의 사기 범죄를 저지른 피싱 조직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 조직원 대부분은 20대로 26살 한국인 총책이 고향 선·후배 등 지인들을 범행에 포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경찰청은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조건 만남 광고로 136명에게 64억10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한국인 조직 총책 A씨(26) 등 26명을 검거하고 이 중 12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조직원들은 20~30대로 대부분이 20대 청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조직은 주로 로맨스 스캠 범죄를 저질렀다.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은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피해자와 장기간 SNS와 이메일 등을 통해 감정적 교류를 맺고 신뢰를 쌓다가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가로채는 범죄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피해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보낸 메시지. [사진 대구경찰청]
이들은 캄보디아 목바이 지역(캄보디아·베트남 국경 인근) 범죄 단지에 유인책 사무실, 조직원 공동 숙소를 두고 활동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오늘 밤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 조건만남 광고 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하고 피해자가 연락하면 온라인 회원 가입비를 요구하거나 만남을 위한 쿠폰 등을 명목으로 돈을 송금받고 잠적했다.

한국인 총책 A씨는 중국인 공동 총책(성명불상·남)과 함께 조직을 움직였다. A씨는 유인책 상담원 모집과 관리, 국내 금융계좌 명의자 모집, 국내 자금세탁 조직 총괄 역할을 했으며 중국인 공동 총책은 범죄단지 전체 관리, 조직 운영 자금 조달, 중국인 조직원 모집과 통제 역할을 했다. 총책 외에 상담원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중간관리자와 피해자들에게 직접 채팅, 전화로 돈을 가로채기 위한 상담원(유인책) 역할을 하는 공범들도 수사 과정에서 검거됐다.

A씨는 당초 목바이 단지에서 범행하다가 올해 2월 자신이 확보한 조직원들을 데리고 프놈펜 지역 고급 주택단지에 별도 은신처를 마련해 독립했다. 또 그때부터는 캄보디아 내 투자사기 피싱 등 또 다른 피싱 조직으로 자금세탁을 의뢰받아 추가 범행에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도. [사진 대구경찰청]
경찰은 지난 4월 국내에서 조직원을 검거한 뒤 A씨의 행적을 쫓기 시작했다. A씨는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국내 자금세탁 조직을 관리했는데 대구강북경찰서에서 국내 자금세탁 조직원 2명을 검거하자 즉시 캄보디아로 도주했다. 이에 따라 수사 협조 요청을 받은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상선수사전담반이 지난 9월 캄보디아에서 A씨의 은신처를 찾았다.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현지 경찰관이 10월 A씨를 검거했고 지난 15일 캄보디아에서 강제추방 되면서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 과정에서 일부 조직원이 이탈 시도를 하자, A씨가 협박·폭행을 가하는 등 내부 통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조직원이 전담반에 구조를 요청하자, 한국대사관의 협조를 통해 귀국한 뒤 경찰 수사를 받았다.

대구경찰청은 해외 거점 피싱 범죄조직의 ‘총책 검거’에 집중하기 위해 형사기동대 소속 상선수사전담반을 지난 3월 신설했다. 보이스피싱·투자리딩사기·로맨스스캠·다중물품사기 등 모든 유형의 피싱 범죄를 통합 수사하면서, 조직의 총책을 중심으로 ‘전체 체계’를 타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수사를 이어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6개 조직(캄보디아·태국·베트남·중국 등) 48명을 검거했다.

김병우 대구경찰청장은 “최근 고수익 알바나 해외 취업을 미끼로 20~30대 청년들을 범죄에 가담시키는 해외 피싱 조직이 늘고 있으니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국경을 넘나드는 피싱 범죄 조직을 뿌리 뽑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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