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군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 등을 고발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유 위원에 대해선 사무총장 시절 자신에 반대하는 직원을 겨냥해 선택적으로 감찰하고 인사 조치를 취하는 등 직권 남용 혐의로도 고발했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및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불능화 부실검증 의혹 감사 등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윤석열 정부 때 이뤄진 감사의 위법성을 조사하는 기구로, 지난 20일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겨냥했던 권익위 감사에 대해 “감사착수부터, 감사 처리, 감사시행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TF는 감사원이 서해 피살 사건 감사에 관해 2022년 10월 13일과 2023년 12월 7일 두 차례 배포한 보도자료가 모두 ‘군사기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12월 보도자료는 감사위원회의에서 비공개를 결정했음에도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TF는 “이 사건 감사 지휘 라인은 (국방부의) 보안성 심사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기밀을 두 차례나 누설했다”고 지적했다. 군사기밀 보호법에 따르면 군사기밀은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위해 공개가 가능하다.
TF는 이런 자체 조사에 근거해 지난 24일 이 감사 관련자 7명을 군사기밀 보호법상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최 전 원장과 유 위원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TF는 올해 대선 직전 ‘GP 불능화 부실검증 의혹’ 감사 내용이 보도된 과정에서도 군사기밀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7일 이 감사를 종료 보고 하는 과정에서 유 위원 측근인 A 국장이 중간발표를 건의했으나 최 전 원장이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사무처 업무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유 위원이 직접 보도자료 배포 필요성을 주장하는 문건을 작성해 A 국장을 통해 사무처 간부들에게 배포했다.
이후 A 국장은 최 전 원장의 방침을 다시 받겠다며 담당 과장에게 보도자료 작성을 지시했고, 해당 과장은 같은 달 31일 군사기밀이 포함된 비공식 보도자료를 작성해 넘겨줬다. 이후 보도자료는 배포하지 않았다. 그런데 4월 22일 유 위원이 집무실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와 1시간 가량 면담을 나눴고, 같은 달 24일 해당 언론사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TF는 “언론사 보도내용과 용어 등은 (비공개) 보도자료와 일치율이 94%였고, 기사에는 군사 2급 비밀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TF는 또 유 위원이 사무총장 시절 인사권·감찰권을 남용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2022년 6월 총장 취임 이후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B 과장 등에 대한 감찰을 여러 차례 추진했다. 최 전 원장의 승낙을 받은 뒤엔 구체적인 비위 사실도 제시하지 않은 채, 해당 과장의 비위 혐의명을 불러주며 즉시 조사 개시를 통보할 것을 지시하며 대기발령 등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 TF는 “직원들은 위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이를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TF는 유 위원이 직원들의 직무성적평가 등급도 임의로 변경했다고 봤다. 2023년 1월 4급 및 과장에 대한 직무성적평가가 이뤄졌던 당시 평가자(국장)·확인자(1급)의 관련 절차가 완료됐는데도, 유 위원이 특정 대상자들을 지명하며 서열 및 등급 상향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결국 16명의 서열 및 등급이 변경됐다고 TF는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유 위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TF는 다음달 5일 공식 활동 기간이 마무리되는 대로 종합적인 조사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TF는 “(유 위원 등) 관련자들이 TF의 수차례 조사 협조 요청에 불응하거나 비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