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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 카드 하나면 끝… 당뇨도 나았다, 노인 전용 헬스장의 비밀

중앙일보

2025.11.25 19:29 2025.11.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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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논현노인복지관 스마트피트니스센터. 사진 강남구청
서울시 강남구 논현노인종합복지관에는 어르신을 위한 ‘참새 방앗간’ 같은 운동시설이 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노인 전용 헬스장 ‘스마트피티니스센터’다.

근력운동존에는 허벅지와 무릎을 강화하는 ‘레그 익스텐션’, 하지와 허리를 강화하는 ‘데드리프트’, 등과 팔을 강화하는 ‘렛플다운’ 등 온몸의 근력을 키워주는 장비 9대가 촘촘히 들어서 있다. 버스를 탈 때처럼 회원카드를 운동기구에 갖다 대면 개인에 맞춰 무게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무거운 쇳덩이를 옮기다가 다칠 염려가 없다. 바로 옆에는 뭉친 근육을 풀고 유연성을 키우는 스트레칭존이 있다. 서 있는 모습과 보행 자세 등으로 ‘노쇠지수’를 평가하는 장비를 갖춘 건강측정존도 있다. 걷기운동을 하는 10개의 소그룹도 운영한다. 그룹마다 10여명씩 짝을 이뤄 한 달에 2차례 정도 강남구 곳곳의 공원을 걷는다.

나정순(71)씨는 “운동기구마다 1분씩 운동할 수 있다. 운동기구 9개를 한 바퀴 돌면 15~20분 정도 걸리는데 컨디션이 좋을 땐 2바퀴를 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닷새 이곳을 이용하는 나씨는 “45년 동안 앉아서 사업만 했다. 2년 전부터 운동을 했는데 당뇨가 많이 호전됐다. 지난주에는 용마산에도 거뜬히 올라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7.7㎏이던 골격근이 이달에는 18.9㎏으로 1.2㎏ 늘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노인복지관 스마트피트니스센터. 사진 강남구청
일주일에 2~3회 근력운동을 하고 한 달에 2회 정도 걷기 운동을 병행하는 한정숙(77)씨는 “난 또래보다 더 빨리 걷는다”며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활짝 웃었다.

댄스와 실버 에어로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틈틈이 스마트피트니스센터를 애용한다는 김서정(67)씨는 1년 만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 16% 떨어졌다. ‘전 단계 위험군’이던 혈당 수치는 정상을 회복했다. 그는 “몸이 가벼워지면서 삶도 활기차졌다”며 “무료로 이런 운동을 할 수 있는 게 고마워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말했다.

박윤희 사회복지사는 “2023년 6월 AI 관련 예산이 생겼다. 메타버스가 유행할 때였지만 AI를 활용한 체육시설을 만들었는데 효과가 좋다”며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러 왔고, 성동구에는 비슷한 시설을 4곳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도연 운동관리사는 “똑바로 서있고, 바르게 걷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이가 들수록 절감하게 된다”며 “질병과 부상을 예방하는 운동을 통해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다. 하루는 근력운동, 하루는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식으로 번갈아 운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노인복지관 스마트피트니스센터. 사진 강남구청
박채희 한국체육대학교 노인체육복지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변모하는 한국은 그에 맞는 롤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며 “유아들처럼 노인도 1인 1스포츠를해야 한다. 그러려면 근력, 유연성, 평형성 운동이 기반이 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체육’을 넘어 ‘실버 스포츠’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버 스포츠 문화와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노인 체육 전문가를 육성하는 학교 기업 ‘55플러스체육센터’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는 “노인들은 개인 간 체력의 편차가 크고 하루하루 컨디션도 다르다. 노인 스포츠 지도를 위한 전문적인 경험이 필요하다”며 “노인들이 높은 수준의 스포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성 있는 노인 스포츠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도록 관련 자격증이나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해준 기자 [email protected]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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