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으며 협상 타결이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종전안 조율을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를 다음 주 러시아에 보내고, 댄 드리스컬 육군장관을 곧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이틀 앞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칠면조 사면식’ 행사에서 “나는 (종전안) 합의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쉽지는 않지만, 우리는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칠면조 사면식은 미 추수감사절 주간에 매년 백악관에서 열리는 행사로 농무부가 그해 선정한 칠면조 한두 마리를 대통령이 ‘사면’ 한다고 선언하면 해당 칠면조는 식탁에 오르지 않고 농장 등에서 여생을 마칠 수 있게 하는 이벤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는 “지난 1주일간 우리 팀은 전쟁 종식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미국이 제시한 기존 28개 조항의 평화구상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 의견을 추가해 미세 조정 중이고 몇 개의 조항만 이견이 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이 평화구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라고 지시했으며, 동시에 댄 드리스컬 육군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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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관은 우크라 측과 회동”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28개 조항의 평화구상은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영토 포기, 우크라이나군 병력 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및 나토군 주둔 금지 등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협상을 통해 평화구상 조항을 일정 부분 수정한 새 초안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 규모를 전후 60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조정하고, 나토 추가 확장 제한과 관련된 문구도 완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측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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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조항 평화구상은 그저 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진전을 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마련한 28개 조항의 평화구상 초안에 대해 “그것은 단지 지도였을 뿐이다. 계획이 아니라 구상이었다”며 “거기서부터 28개 항목을 하나씩 논의해 22개 항목으로 줄였다”고 했다.
핵심 쟁점은 역시 영토 문제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의 남은 쟁점은 무엇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국경을 정리하려면 집 한가운데를 가로지를 수 없고 고속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를 수는 없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이다. 그런 만큼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위트코프 특사가 아마 (나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러시아에) 갈 것”이라며 “다음 주에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취재진이 “위트코프가 다음 주 러시아에 간다면 추수감사절(27일) 데드라인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건가”라고 묻자 “나는 데드라인이 없다. 나에게 데드라인은 일이 끝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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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평화구상 동의 시한’ 철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마감 시한이 많았는데 일이 잘 풀린다면 마감 시한을 늘릴 수 있다”며 “(추수감사절인) 목요일(27일)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시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평화구상 동의 시한이 이제 유효하지 않다며 발언을 번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구상 논의를 위해 방미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는 오고 싶어하지만 나는 협상 타결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칠면조 사면식 행사에서도 “조만간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과 만나기를 고대하지만 종전 합의가 마무리되거나 최종 단계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협상 타결이 최우선이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