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대한민국이 마침내 월드컵 조추첨 포트2를 손에 넣었다. 그동안 대표팀 내부의 가장 시급한 목표로 거론됐던 포트2 진입은 홍명보 감독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핵심 과제였다. 이번 확정으로 한국 축구는 월드컵 그룹 배정에서 한 단계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포트2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지난 1년간의 치열한 관리와 고비마다의 선택이 적중했음을 보여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6일(이하 한국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조추첨 포트 배정과 토너먼트 구성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은 22위 랭킹을 지키며 결국 2번 포트에 올랐다. 지금까지 한국이 포트3 또는 포트4에 머무르며 조별리그 강호들을 일찍 상대해야 했던 악조건을 상기하면 큰 변화다. 스페인·아르헨티나·프랑스·잉글랜드 등 세계 최상위권 팀들을 조별리그에서 피할 가능성이 커졌고 16강 진출 플랜 역시 좀 더 현실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에서도 전례 없는 변화가 적용된다. FIFA 랭킹 최상위 4개국이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할 경우 서로 만나는 시점이 준결승으로 고정되는 구조가 도입된 것이다. 강팀끼리 조기 충돌해 한쪽이 바로 탈락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FIFA의 의도가 반영된 규칙으로 지난여름 열린 클럽 월드컵부터 시험적으로 운영됐다. 홍명보호 입장에서도 16강 이후의 상대를 예상할 때 단순히 조별리그 조 편성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조별 성적의 세부 흐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포트2 진입이 확정되자 홍 감독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홍 감독이 12월 초 미국으로 건너가 월드컵 조추첨을 직접 지켜본 뒤 대표팀이 활용하게 될 베이스캠프와 주요 경기장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내년 3월까지 A매치 일정이 없어 준비의 폭을 상당히 넓힐 수 있는 데다 달라진 대회 규모와 이동 거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북중미 월드컵 특성상 이번 답사는 실전 전략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홍명보호는 11월 A매치 기간 동안 경기력 논란을 겪었지만 볼리비아와 가나를 연달아 꺾으며 목표했던 랭킹을 지켜냈다. 일부에서는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들이 높은 포트에 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FIFA가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포트2 확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홍 감독 역시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결과 중심의 운영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고, 이번 포트2 확정으로 그 판단은 현실이 됐다.
하지만 포트2라고 해서 조 편성이 쉬워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포트3과 포트4의 구성이 만만치 않다. 노르웨이·알제리·이집트, 그리고 이탈리아·덴마크 등 플레이오프를 거친 유럽 강호들까지 포진해 있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하위 포트로 향하면서 한국이 만날 가능성이 큰 국가는 대부분 피지컬이 강하고 변수가 많은 팀들이다. 포트2에 안착했지만 조별리그 경쟁력 면에서는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뜻이다.
토너먼트 전략도 훨씬 복잡해졌다. 이번 대회는 32강 구성 방식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어 각 조의 1~3위 팀 성적에 따라 대진이 뒤바뀌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11월 초 백기태호가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했음에도 32강에서 잉글랜드를 만나 조기 탈락한 사례는 대표적인 경고였다. 참가국이 늘어난 만큼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사이의 간극도 커졌으며, 어떤 조에 편성되든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결국 이번 포트2 배정은 출발선일 뿐이다.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 약 4개월 동안 미국·캐나다·멕시코 전역을 오가며 실제 기후, 이동 거리, 회복 주기, 경기장 시설 등 세부 요소를 하나씩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은 유럽·아시아·남미 어느 대륙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체력·이동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추첨 이후의 전략이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포트2라는 새로운 위치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지 홍 감독의 준비 과정에 시선이 모인다. / [email protected]